"말잔치로 끝났다"…국회 전원위, 선거제 개편 단일안 못내
선거제 개편 놓고 '백가쟁명'…견해차 재확인
국회의장 '전원위 소위' 제안했지만 여야 '뜨뜻미지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13일 나흘 간의 장정을 마쳤지만 ‘빈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두 발언에 나선 의원 100명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냈을 뿐, 심도 깊은 토론이 없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원위 소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지만 여야 협상에 따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나흘 동안 12시간 100명 토론했지만…
전원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 심사를 위한 전원위’ 제4차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10~13일 12시간 5분여 동안 이날 20명을 포함해 총 100명이 발언대에 올라 현 정치 상황을 진단하고 선거구제 개편부터 비례대표 폐지 혹은 확대, 의원 정수 확대 혹은 축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그야말로 ‘백가쟁명’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의원마다 의견이 갈렸다. 이원욱 의원 등은 “국민의 요구를 받들어 국회의석을 줄이겠다고 약속하자”고 말한 반면 이상민 의원 등은 “의원정수 축소론은 합당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소모적인 논의”라고 일축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비례대표 폐지나 축소를 거론한 김기현·윤상현·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해 “5만표 남짓 받아 당선한 지역구 의원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50만명의 선택으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보다 진짜 의원이라고 자신있게 말씀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게 된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반성도 잇따랐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 협상을 담당한 당시 원내수석부대표였던 이원욱 의원은 “이 자리를 빌려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리겠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도 “그 선거법에 세세한 사항은 물론이고 당연히 그것이 가져올 결과조차도 예측할 수 없었다”며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 논란을 가져왔지만 그렇다고 폐지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제의 장점은 모두가 아시듯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4·5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이전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자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는 매우 퇴행적 주장”이라고 진단했다.
회의 마지막날인 만큼 전원위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내놓은 의원도 있었다. 용혜인 의원은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 잔치로 끝나고 있다”며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는데 전원위 끝나고 며칠 새에 합의안을 만들고 이를 통과시키는 졸속 입법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혹시나 했던 국민들에게 이번에도 역시나 하는 실망을 안겨드릴까봐 두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선거제, ‘전원위 소위’ 혹은 다시 ‘정개특위’?
이날로 전원위가 나흘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선거제 개편의 공은 이제 여야에 넘어갔다. 김진표 의장은 향후 전원위 소위를 구성해 전원위에 나온 발언을 토대로 선거제 개편 단일안 정리 작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했다. 전원위 개회 합의 당시 ‘여야 합의로 단일의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여야 반응은 전원위 소위 구성엔 긍정적이지 않아 정개특위가 이어받아 논의를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을 만나 “정개특위 간사 간 협의를 할 것”이라며 “민주당과 협의해 4월30일 만료되는 정개특위 기간을 연장해 계속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전원위에 소위를 둔 적이 없다는 전례에 비춰 소위 논의엔 부정적 입장으로 전해졌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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