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닫기 어려워진다…"대출금리 인하" 당근까지 내놔야(종합)
사전 영향 평가에 '수익성' 지표 삭제…점포 폐쇄 현황 공시 강화
(서울=뉴스1) 서상혁 한유주 기자 = 앞으로 은행들은 영업점 폐쇄에 앞서 시행하는 '사전영향평가' 논의에 아파트 입주자 대표 등 지역 인사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사전영향평가 결과 '철수' 결정이 나더라도 지역 주민 등 영업점 이용자에게 대출 우대금리 적용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은행들은 또 폐쇄된 영업점을 대신해 화상 상담 기능을 갖춘 '고기능무인자동화기(STM)'를 설치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방안'을 발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소비자가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점포 폐쇄 과정 상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은 크게 △사전영향평가 내실화 △소비자 지원 및 보상방안 △정보공개범위 및 내용 확대 등으로 구성됐다.
은행들은 앞으로 점포 폐쇄에 앞서 시행하는 사전 영향평가에 외부전문가릉 2인 이상 선임하고 그중 1명은 지역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지역인사(3월 31일자[단독]'은행 점포 폐쇄' 논의에 외부전문가 이어 '지역민' 참여한다 참고)로 뽑아야 한다. 예컨대 아파트 단지에 입점한 점포의 경우 입주자 대표가 참여하는 식이다.
현재 은행은 영업점 폐쇄에 앞서 은행연합회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공동절차)'에 따라 사전 영향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 참여 하에 점포 폐쇄가 고객에게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절차인데, 평가 결과 금융취약 계층의 보호 필요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될 경우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점포폐쇄 절차 강화 차원에서 사전 영향 평가 시 외부전문가를 참여시키도록 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주식 금융소비자과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외부전문가를 두도록 하고 있으나 금융이나 법률 분야의 비중이 높아 지역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역 인사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으나, 최대한 객관적인 인사를 선임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 과장은 "지역 내에서 객관적인 의중을 반영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점포를 오래 이용한 분들 등 다양한 이들이 될 수 있다"며 "은행의 계열사 관계자라던가 제휴 거래 기업에 계셨던 이들이 들어가는 등 은행의 폐쇄 절차를 오히려 정당화해 주는 수단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이외에 사전영향평가 항목 중 '수익성' 항목을 삭제한다. 대신 고객수, 고령층 비율 등 금융소비자 불편 최소화와 관련된 항목 비중을 확대하도록 했다. 하 과장은 "평가지표를 보면 전반적으로 수익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손익이 얼마나는지 등 아예 '수익성'이 명시적으로 담긴 지표들이 있는데, 그 부분들을 빼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은행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전 의견 수렴 절차'도 신설된다.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폐쇄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은 지역 주민이 요청하는 경우 은행 점포폐쇄에 대한 의견 수렴을 진행하거나, 경우에 따라 폐쇄 여부를 재검토하기도 한다.
점포 폐쇄 결정이 났을 경우, 은행은 ATM이 아닌 STM을 설치해야 한다. STM이란 신분증이나 정맥 인증 등 본인 인증을 거쳐 예적금 상품 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 수행 가능한 자동입출금기다. 은행들은 고령자 등 기기 조작이 능숙하지 않은 이들을 위해 STM에서 화상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또 내점 고객수나 고령층 비율 등을 감안하여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큰 경우 소규모 점포나 공동 점포를 대체수단으로 마련해야 한다.
영업점 철수 이후엔 폐쇄 점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구체적으로 예금이나 대출 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부여하거나 수수료를 면제해줘야 한다.
또 은행 소비자 보호 전담부서 주관으로 사후 평가를 실시해 대체점포 재재정, 대체수단 조정 등 기존에 마련된 대체 수단을 조정하도록 했다.
공시도 강화된다. 그간 점포폐쇄가 결정되면 고객들에게 폐쇄일자와 사유, 대체수단 등의 기본정보를 제공해왔는데 이에 더해 사전영향평가 주요내용과 대체점포 외 추가로 이용할 수 있는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에도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 연락처를 추가 제공해야 한다.
올해 2분기부터는 연 1회 실시 중인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를 분기별로 확대하고, 점포 신설·폐쇄현황 비교정보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할 계획이다.
이밖에 은행들은 폐쇄 점포 고객들이 입을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우대금리나 수수료면제 등의 지원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모바일뱅킹이 익숙지 않은 고객에게는 점포폐쇄 전후로 디지털금융교육도 실시해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5월 1일부터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반영한 공동 절차를 실시할 계획이다. 5월 1일 이전에 점포 폐쇄가 결정됐거나 폐쇄된 경우엔 대체 점포를 마련하고 사후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우대금리 부여는 5월 1일 이후 폐쇄 결정된 지점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공시 강화는 시행세칙 변경 사항이다. 금융위는 2분기부터 공시 개선 사항이 적용될 수 있도록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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