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역사의 시험대에 선 尹대통령
국익 위한 과감한 결단
한·미·일 협력은 필수
日이 진정한 사과 않으면
'작은 나라' 자인하는 것
강제동원 피해 배상과 관련한 외교행보를 통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자국 내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 결코 양보할 것 같지 않던 한국 대통령이 먼저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으로 와서 정상회담까지 했다. 일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자신들의 논리가 부적절함을 깨닫고 해결방안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직접 찾아와 설명하는 예의를 갖춘 것으로 볼 법하다.
여기에 '끼워팔기'까지 이루어졌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기시다 총리는 자신이 외무상 시절인 2015년에 이루어진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하라는 목록까지 끼워넣었다면 한국과 관련된 모든 현안을 해결한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적자투성이의 계산서를 받았다. 피해자들의 반발뿐만 아니라, 야당을 중심으로 '대일 굴욕 외교'라는 비판이 더해졌다. 오랜만에 삭발을 하는 정치인까지 등장했다.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까지 뒤통수도 제대로 맞았다.
이러한 손익계산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한국의 어떤 정치인보다 과감하고 국가의 이익을 고민한 인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는 일본의 입장을 무시하고 강경하게 대응해 국민의 박수를 받으려는 유혹을 뿌리쳤다. 오히려 경직된 한일관계로 인한 손해나 불이익에 주목했다. 과거 정부가 대일 강경책을 지속하면서 애써 외면했던 것과 대조된다.
무엇보다 강제동원 배상 청구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삐뚤어져가던 한국 외교의 좌표를 정확히 찍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복원함으로써 이를 바라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했다. 국제무대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들과의 협력이 있어야만 한국 외교가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정부의 외교가 민족 자주적이고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빈손 외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이와 함께 조건 없이 해결방법을 먼저 제시한 것도 리더로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흔히 일본과 비교하는 독일의 반성과 사과는 진실함보다도 선제적으로 이루어진 데 방점이 있다.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폴란드와의 갈등이 이어지던 1970년 바르샤바의 추모지에서 무릎을 꿇어 사과했다. 전쟁을 도발한 독일은 이 선제적인 행동 하나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유럽의 리더로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전쟁 배상책임도 낮추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 일본이 진실한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만큼 스스로 작은 나라임을 자인하는 것일 뿐이다.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고 일본을 포용하는 적극적 태도를 취한 근저에는 일본 못지않은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GDP는 우리가 2020년에 일본을 추월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명목 1인당 GDP 기준으로 올해 우리가 일본을 앞지르게 된다고 경계감을 표했다. 우리는 반도체, 전기차, BTS 등 많은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 글로벌 초일류를 지향하고 있다. 과거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일본에 맞서 정신력뿐만 아니라 실력으로 해볼 만한 대한민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놓인 숙제는 일회성 행보로 한일관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양국 사이에 놓인 증오와 혐오, 차별의식의 골은 깊고 넓다. 윤 대통령은 큰 틀에서 국익을 중시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정치적 반대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역사가 평가하는 지도자가 될 것인지를 가리는 기나긴 시험대에 서 있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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