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에…韓銀·국민연금 350억弗 스왑
해외투자 늘리는 국민연금
한국은행서 달러 수급하면
외환 변동성 낮출 수 있어
스왑 소식에 원화값 15원↑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무역적자 등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두 달째 1300원대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공단과 350억달러 규모 외환스왑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를 외환당국이 공급해 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과 기획재정부 등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공단과 올해 말까지 350억달러 한도 내에서 외환스왑 거래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하반기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로 급등하자 10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했던 100억달러 규모의 스왑을 더 확대하는 조치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두 기관은 외환스왑 거래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 거래를 재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별 만기는 6개월 또는 12개월이고, 조기 청산 권한은 양측 모두 갖지 않는 등 세부 거래 내용은 기존과 동일하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보유 원화를 한은에 제공하고 외환보유액에서 그만큼의 달러를 공급받는다. 국민연금은 3300억달러 수준의 해외 투자를 진행 중인데, 원화값이 약세일 때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었다. 스왑이 체결되면 국민연금이 필요한 달러를 한은에서 빌릴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외환스왑 거래 한도 추가로 해외 투자에 수반되는 환율 변동 위험을 완화하고, 외화자금 관리 효율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스왑 확대는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 원화값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어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강달러 영향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미·중 갈등 고착화로 위안화가 약세인 점도 원화값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원화는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 인식되면서 두 통화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무역적자가 1년째 이어지며 국내로 들어오는 달러가 줄어든 것도 '달러 품귀'에 영향을 줬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외 은행 부문의 불확실성 지속, 미·중 갈등,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환율 하락폭(원화 강세)이 제한됐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가 연쇄 파산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널뛰기'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달 일별 환율 변동폭은 8.7원으로 전월의 7.8원보다 커졌고, 1분기(6.9원)보다도 높았다. 변동률은 0.66%로 유로화·엔화·파운드화 등 주요국 통화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문제는 연준의 긴축 기조가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데도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1.5 기록했다. 연초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원화값은 1200원대 중반에 거래됐다. 하지만 전날 원화값은 1325.7원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원화 약세가 더 심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되자 외환당국이 스왑을 통해 원화값 방어에 나선 셈이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스왑 소식에 전날보다 15.3원 내린 1310.4원에 장을 마쳤다. 달러당 1323원에 출발했던 원화값은 외환스왑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1시간 만에 1309원 선으로 뛰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외환 수급 쏠림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내놓자 시장이 안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영욱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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