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인텔-ARM, 삼성·TSMC에 미칠 영향력은

백유진 2023. 4. 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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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부터 자동차까지…멀티 제너레이션 협력
기술력 중요, 단기적 시장 파급효과 어려울 듯
/사진=삼성 반도체 홈페이지

미국 인텔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과 손을 잡았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의 동맹이다.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한 인텔이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강자인 ARM과 손잡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PC-모바일 강자의 동맹

13일 인텔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와 ARM이 협력해 인텔의 18A(1.8나노급) 공정을 활용해 모바일용 시스템온칩(SoC)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우선적으로는 모바일 SoC를 중점으로 뒀지만, 향후 자동차·사물인터넷(IoT)·데이터센터 등으로 협력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양사는 이를 '멀티 제너레이션 협력'이라고 표현했다. 즉 여러 세대에 걸쳐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ARM은 모바일 반도체 설계 디자인에 특화된 설계 전문 업체다. 전세계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아키텍처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반도체 기업에 자사의 프로세서 설계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로열티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애플, 퀄컴, 삼성전자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들은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자사에 맞는 칩을 재설계해 판매한다.

이번 협력에 따라 ARM의 고객사는 인텔의 18A 공정 기술과 미국과 유럽에 기반을 둔 IFS의 제조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ARM 반도체를 어디서 생산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오는 2025년 이후 미국 오하이오주, 아일랜드 레익슬립 등에 자리한 인텔 시설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금까지 팹리스(반도체 설계) 고객사들은 최첨단 모바일 기술을 중심으로 설계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협력은 IFS의 시장 기회를 확대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방형 시스템 파운드리의 역량을 활용하고자 하는 모든 팹리스 기업에 새로운 옵션과 접근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시장  파급력 있을까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불러온 파급력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RM은 협력 성사를 위해 인텔에 적극적으로 구애한 것으로 전해진다. ARM이 인텔의 기술 로드맵에 대한 신뢰를 보여줬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르네 하스 ARM CEO도 "이번 협력을 통해 ARM을 기반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차세대 제품을 제공함에 따라 IFS는 고객사에 중요한 파운드리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으로 인텔은 기존 사업에 더해 파운드리에서의 신뢰도까지 검증된 것"이라며 "애플, 퀄컴 등 ARM 고객 입장에서는 TSMC나 삼성전자 대신 인텔을 고려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력의 파급력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력'이다. 인텔이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에 돌입해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의 비율) 안정화를 꾀할 수 있을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운드리는 사업구조상 공정 기술력의 차이가 중요하다. 기술력이 고객사의 수주 물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폭이 짧을수록 웨이퍼(반도체 원판)에 더 세밀한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어 성능·효율·생산성이 높아진다.

지난 2021년 팻 겔싱어 CEO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IFS를 출범시켰다. IFS는 내년부터 20A(2나노급)와 18A 공정을 가동할 예정이다. 인텔이 이 목표를 달성하면 대만 TSMC나 삼성전자에 비해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게 된다. 

다만 이번 협력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단기적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TSMC나 삼성전자가 장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후발주자인 인텔이 빠르게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순 협력만으로 선두주자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면 삼성전자도 이미 TSMC를 따라잡았을 것"이라며 "ARM과의 협업으로 인텔이 당장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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