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 구축에 '속도전' 中, 문건유출·마크롱에 '속앓이' 美
- 친강·시노펙·왕원타오 등도 대외 확장 '분주'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해외 정상들을 잇따라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무역협상과 투자도 진행하는 등 세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밀 문건 유출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만 발언 후폭풍을 겪고 있는 미국과 대조된다.
13일 중국 외교부와 관찰자망 등 매체에 따르면 ‘중남미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12일 중국을 방문, 15일까지 예고된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상하이에서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찾은 뒤 1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NDB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가 미국 주도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금융기구다.
룰라 대통령은 또 13일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상하이 혁신 센터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중국의 정보기관이라는 의심을 받고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방문 자체를 두고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브라질은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희망하며 화웨이 방문을 도발로 간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룰라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자 역할을 지지하고, 10주년을 맞은 중국의 대외 확장 정책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 때처럼 중국과 함께 디커플링(탈동조화)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을 디커플링 주도 국가로 보고 있다.
대신 브라질은 중국으로부터 브라질 인프라 투자 확대, 비야디(BYD)의 브라질 북동부 바이아주 옛 포드자동차 공장 인수,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브라질의 항공기 판매 등을 얻어 갈 것으로 브라질 매체들은 내다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룰라 대통령의 방중 기간 보건, 농업, 교육, 금융, 산업, 과학, 기술 등 분야에서 20개 이상 양국 간 거래가 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친강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전날 타슈켄트에서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을 만나 철도 프로젝트 건설을 가속화하고 경제, 무역, 신에너지, 인프라, 인문, 지방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대신 우즈베키스탄은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며, 중국의 인류 운명 공동체 구축에 협력한다고 약속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친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방중해 제6차 외교안보 전략대회를 갖고,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기간 중국에서 제12차 중국·유럽 고위급 전략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 국유기업인 시노펙(중국석화)은 지난 12일 카타르 에너지와 카타르 수도인 도하에서 카타르 북부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NFE) 지분에 참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계정을 통해 밝혔다.
북부 가스전 에너지 확장 프로젝트는 287억5000만달러가 투입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카타르는 LNG 연간 수출 능력을 현재 7700만t에서 1억1000만t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마융성 시노펙 회장은 “카타르 에너지는 세계 굴지의 LNG 생산 업체이자, 시노펙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라며 “카타르 에너지와 협력은 중국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더욱 최적화하고 청정에너지 공급의 보안, 안정성 및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같은 날 세르비아 국내·대외무역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경제무역 협력 심화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양해각서에 공동으로 서명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아세안 10개국과 지난 10~12일 태국에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지대 3.0’ 2차 협상을 개최했다고 중국 상무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양측은 디지털·녹색 경제, 상품 무역, 투자, 경쟁·소비자 보호, 위생, 표준, 기술 규정 등 분야에서 추가 개방 논의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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