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혁의 수다톡톡]'국민 남동생' 이승기의 태세전환, 무엇이 그렇게 화나게 했나?

이정혁 2023. 4. 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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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 세상에서 참 쉽지 않은 일 중 하나가 '싫은 소리'하는 것이다. 그것도 평소 바르고 젠틀한, 부드러운 이미지로 사랑받던 연예인이라면 말이다.

'국민 남동생'이 왜 이렇게 독해졌을까. 악역을 대신해줄 사람을 내세워도 되고, 우회로가 백만개 있을텐데 이런 정공법이 없다. 무조건 직진이다.

배우 겸 가수 이승기가 12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게시글 두 개를 올렸다. 전 소속사인 후크가 자신에게 했던 일, 아내 이다인의 처가에 대한 오보, 결혼 과정에 대한 잘못된 추측 등에 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혹에 대한 해명과 정정을 넘어서 일부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등을 진행한 결과를 언급했고, 기자 이름도 공개했다. 후크에 대한 공개적이고 디테일한 저격도 서슴지 않았다. "후크는 그렇게 나를 길들였다. 일명 후크라이팅"이라고 비난했다. "제 가까운 지인들조차 '너의 이미지를 생각하라'며 이별을 권했다. 답답했다. 제 아내가 부모님을 선택한 건 아닌데… ", "결혼을 축복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등 한줄 한줄에 분노가 알알이 묻어나왔다.

사진 출처=유튜브 '휴먼메이드'

무엇이 이승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다. 데뷔 후 지금까지 유리창 속에서 느꼈던 거짓 평화가 사실은 자신을 아끼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는 점에 직접 총대를 메기로 한 것이다.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휴먼메이드'(HUMANMADE)를 통해 'ENCORE - 다시 노래하다'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은 이승기가 재충전을 위한 시간을 갖고자 캡틴플래닛과 여행하며 함께 음악을 만든 모습이 담긴 로드무비로, 이승기는 영상에서 "그러다가 몇 년 지나서 처음으로 형한테 줘야 될 돈을 다 안 준 걸 그때 처음 들었다. 너무 서럽고 내가 용기 내지 못해서 내 주변 사람들이 다 나뿐만 아니라 피해를 보고 있구나 그 생각이 들면서 뭔가 확 올라와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오래된 인연만큼 전 소속사인 후크에 느끼는 상처와 배신의 골이 깊었던 것은 당연한 일. 이 가운데 자신이 강해지지 않으면 주위 사람이 상처를 받게 되고 손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정공법 강공법을 택했다.

또 그 축복만 가득해야할 새로운 출발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혹과 논란도 그를 힘들게 했을 터.

아무리 이게 유명세라지만 업계 관계자들이 보기에도 과할 만큼 숨쉴틈 없이 몰아쳐왔던 게 사실. 결혼식부터 이후 언급된 글들을 보면, 하객 명단부터 축의금 기부 소식 등 모든 것이 논란과 의혹으로 물들었다. 이쯤되면 '숨만 쉬어도 악플이 달릴까' 공포심이 생길 정도였을 것.

여기에 급기야 결혼식 축하 영상에 등장한 주얼리를 보고, PPL 의혹까지 제기되자 이승기가 직접 키보드를 두드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승기 측은 "웨딩화보 촬영 영상의 주얼리는 홍보성과 무관하다. 클로즈업된 브랜드는 심지어 국내 정식 수입도 안된 브랜드"라며 "싱가포르행도 업무차 간 것도 맞고, 관련 명품 매장 일도 아시아 투어 준비를 위한 방문이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이 침묵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겠구나 싶어 급기야 직접 글을 남긴 듯하다"고 말했다.

사진 출처=온라인 게시판

한편 싱가포르에서 돌아오면 이승기는 '2023 이승기 아시아 투어 콘서트 '소년, 길을 걷다'- Chapter2'를 시작하게 된다. 5월 4일부터 7일 서울, 5월 12일 도쿄, 5월 14일 오사카, 5월 21일 타이페이, 5월 27일 마닐라까지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있다. 또 5월 첫 방송하는 '강심장리그'(가제) MC도 맡는다.

데뷔 18년만에 처음 '홀로서기'를 하는 만큼, 이승기 본인도 이제 분노를 내려놓고 멋진 새 출발에 오롯이 집중해야 할 때다. 더불어 그를 지난 오랜 세월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았던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칼날의 양면과 같아서, 때로는 이렇게 비수가 되어서 돌아올 때도 있다는 것을, 지금의 악플이나 오보, 의혹에 시간이란 명약이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여유를 되찾아야 할 때다.

또 한발 더 나아가 그를 아끼는 팬들은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요구를 하고 싶을 게다. 지금도 충분히 그 어깨가 무겁겠지만, 이승기는 이승기로서 팬들에게 다가가야하지 않을까. 이다인의 남편, 견미리의 사위가 아닌, 오롯이 배우이자 가수인 이승기로서 빛이 나야한다는 것을 상처를 털어버리는 길에 마음속 나침판으로서 삼길 감히 주문해본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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