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취소해도 출연료 일부 지급, 맘마미아 롱런 비결"

고보현 기자(hyunkob@mk.co.kr) 2023. 4. 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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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인터뷰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이 뮤지컬 '맘마미아!'의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2020년 봄은 유난히 잔인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공연 일정 연기와 취소가 이어졌다. 개막을 보름 앞뒀던 뮤지컬 '맘마미아!'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순 없었다. 무대에 미처 올리지도 못한 공연이었지만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은 개런티의 일부를 앙상블과 무대 스태프들에게 지급했다. 당장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함께한 후배들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할 수 없다는 일념이었다.

"제작사 입장에서 공연계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도록 양보하고 나누자고 한 거죠. 선배 배우들도 흔쾌히 수락한 게 참 고마웠어요."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그렇게 만들어진 배려는 갑절의 믿음이 돼 돌아왔다. 박 예술감독은 "나중에 앙상블 배우들이 도시락을 주문해 사무실로 보내줬더라. '힘내라 신시(컴퍼니)' '신시가 망하면 대한민국 뮤지컬이 망한다'는 글귀가 함께였다"며 "엄청난 응원의 메시지였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결국 사람 사는 인생사라는 것을 느끼며 감동이 밀려왔다"고 웃었다.

최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맘마미아!'는 한국 공연계에서 상징적인 존재로 통한다. 2004년 초연 이후 최단 기간에 누적 2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으로, 이제 2000회 공연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젊은 세대가 중심이었던 뮤지컬 관객층을 중장년층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국내 공연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얼마 전 맘마미아의 앤드루 트리거스 인터내셔널 프로듀서가 은퇴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메일을 보내왔어요. 거기에 '이 공연보다 내가 더 빨리 은퇴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는 말이 적혀 있더라고요. 이렇게 롱런하는 작품에서 함께 일했던 것이 자랑스러웠다는 말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는 "공연을 하면서 IMF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코로나19까지 숱한 고비를 다 겪어도 꿋꿋하게 살아왔다"며 "사람 사는 일인데 언젠가는 어려움도 끝이 나고 웃을 날이 오겠지라는 기대감이었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묵묵하게 버텨온 제 스스로가 자랑스럽다"고 돌이켰다.

오랜 시간 그가 작품에서 애정했던 순간은 공연 말미 그룹 아바(ABBA)의 '댄싱퀸'이 흘러나오는 커튼콜이었다. 배우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며 즐기는 최고의 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딸의 결혼을 앞둔 올해엔 '슬리핑 스루 마이 핑거스' 노래가 흘러나올 때 가슴이 미어진단다. 엄마 도나가 딸 소피의 결혼식 준비를 도우며 머리를 직접 빗어주는 장면이다. 그는 "전에는 몰랐는데 숨이 멎으면서 울컥하더라. 맘마미아는 전부 다 우리 자신의 얘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밝혔다.

4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맘마미아!'. 신시컴퍼니

본격적으로 활기를 되찾은 공연계 분위기에 맞춰 신시컴퍼니도 올해 신작을 대거 쏟아낸다. '맘마미아!' 서울 공연이 6월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뮤지컬 '시카고' 오리지널팀이 다음달 27일 한국을 방문한다.

웨스트엔드 신작 연극 '2:22'(7월)를 비롯해 연극계 대모 손숙의 '토카타'(8월), 박칼린 연출의 주크박스 뮤지컬 '시스터즈'(9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 예술감독은 "모험과 도전을 했을 때 미래에 대한 설렘도 생긴다"며 "새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결국 저와 신시컴퍼니가 살아서 움직인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국내 1세대 제작자로서 한국 공연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이와 같다. "점점 더 많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고 있지만 파격적인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진정한 K뮤지컬 시대가 올 수 없어요. 새로움에 도전하는 괴짜 근성과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에 도전하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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