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자존심도 버렸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동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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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에서 열린 포뮬러원(F1) 그랑프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경영진이 여럿 참석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타이거글로벌, IVP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VC들이 최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 자금 조달을 위해 경영진을 보내며 협력 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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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등 돈줄 마르자 중동으로 달려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에서 열린 포뮬러원(F1) 그랑프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 경영진이 여럿 참석했다. 이들을 불러 모은 건 사우디 국부펀드(PIF) 총재 야시르 알 루마이얀. 2018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우디의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 왕실과 관계를 끊었던 실리콘밸리가 '돈줄'이 말라붙자 다시 중동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미 유명 투자사 "사우디는 창업 국가" 칭송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타이거글로벌, IVP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VC들이 최근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 자금 조달을 위해 경영진을 보내며 협력 관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UAE의 아부다비 국부펀드 무바달라 소속 VC 대표인 이브라힘 아자미는 "2017년에는 우리가 그들을 찾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으나, 이제는 모두가 (우리에게) 오고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는 말이다.
오일머니 유치에 가장 앞장서는 기업은 앤드리슨 호로위츠다. 미국에서 잘나가기로는 첫손에 꼽히는 투자사지만, 공동 창업자 벤 호로위츠가 최근 6개월간 사우디를 두 번이나 찾는 등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호로위츠는 지난달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PIF 주최 콘퍼런스에서도 사우디를 '창업국'이라고 칭송하며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회사의 창업자'에 비유했다고 FT는 전했다.
중동도 적극 화답하고 있다. PIF의 사우디 투자회사는 최근 앤드리슨 호로위츠와 코투 매니지먼트 등 40개 이상의 미국 VC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0년간 미국 정보기술(IT) 분야에 돈 보따리를 풀면서 스며들고 있다. UAE의 무바달라도 실버레이크를 비롯한 다수의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부도덕한 돈 안 받겠다"더니… 경제 위기에 '백기'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실리콘밸리는 중동과의 공개적인 거래에 몸을 사렸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으로 사우디 정권의 잔혹성이 드러나면서 이들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받았던 실리콘밸리에도 비판이 쏟아진 탓이다. 부도덕한 돈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결국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이 부른 유동성 위기설로 출자에 애를 먹자 실리콘밸리의 시선은 다시 '현금 부자'인 중동으로 향했다. 또 2017년 이후 상승세를 그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해 이제는 대규모 자금 조달 없이 독자 생존이 힘들어진 실리콘밸리 VC 시장의 속사정,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로 석유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나려는 중동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딱 맞아떨어졌다.
물론 '도덕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다른 곳도 아니라, '혁신과 평등'을 외치는 실리콘밸리에서 투자자의 부정을 눈감고 덮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실리콘밸리의 이중성을 비판했던 파운더스펀드의 키스 라보이스는 "자금 조달 환경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가치관과 원칙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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