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은행, 트럼프 행정부 고위직에 특혜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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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B)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회원국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당시 재무부 차관이었던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 아들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이 내부고발자로부터 입수한 2018년 WB 직원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WB의 한 고위 간부는 당시 회의에서 "7월16일 우리와 함께할 '왕자'가 온다"며 "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재무부 차관의 아들이라는 점이 증자를 받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을 여러분께 미리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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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WB)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회원국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당시 재무부 차관이었던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 아들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녹취록에 언급된 ‘왕자’는 맬패스 총재의 장남 로버트(당시 22세)를 가리킨다. 미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민간 투자를 담당하는 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입사가 확정된 상태였다.
해당 간부는 녹취록에서 직원들에게 로버트에 대한 호의를 베풀 것을 강조한다. 그는 “(로버트는) 일이 잘못되면 아빠에게 달려갈 수 있는 중요한 어린 친구”라며 “1∼2년 정도 있다가 헤지펀드로 옮길 것이고, 로버트를 행복하게 해줘야 그의 아빠에게 보너스 점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WB는 당시 회원국에게 13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자본금 증액을 요청했고, 미 재무부는 2018년 4월 WB 개발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기존의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증액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WB 회원국 중 가장 큰 지분을 가진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WB 개발위는 자본 증자에 합의했다.
로버트가 언급된 해당 회의는 재무부의 지지 선언 직후 이뤄진 것이며, 녹취록에 따르면 WB 직원들은 당시 재무부 차관이던 맬패스 총재를 증자 계획 추진에 있어 재무장관보다도 더 핵심적인 인물로 여겼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내부고발자는 가디언에 “이러한 특별 대우는 직원들, 특히 승진 기회 부족에 시달리는 하급직의 사기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녹취록에는 WB의 유력 인사 가족에 대한 ‘특혜 제공’이 처음이 아닐 수 있다는 정황도 담겼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한 직원이 “전에도 왕자님이 있었던 걸 기억하라”고 말하는 내용이 녹음됐다는 것이다.
WB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WB는 성명에서 “IFC나 WB 누구도 채용 과정에서 어떠한 압력이나 영향력을 받지 않았다”며 “한 명의 신입 직원 채용이 WB 189개 회원국이 합의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본금 증액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것은 거짓이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맬패스 총재는 재무부 차관을 거쳐 2019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WB 총재로 지명됐다. 총재 임기는 5년이지만 맬패스 총재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불협화음 속에 조기 사임 의사를 밝혀 이르면 오는 5월 물러날 전망이다. 로버트는 맬패스 총재가 지명된 이후 가족이 같은 조직에서 일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IFC를 퇴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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