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돈 한 푼 안 내면서 없는 살림 거덜내진 말아야죠 [김창금의 무회전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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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그렇다 보니 '알짜' 회장 대 '껍데기' 회장 종목으로 단체가 양극화하고 있다.
이와 달리 회장의 출연금이 없거나 적은 종목단체가 많다.
기업인 회장 당선자가 거액의 기탁금을 공약했지만 기득권 집행부의 반발로 내홍을 겪었던 대한복싱협회는 회장이 없는 관리단체가 됐는데, 지난해 자체수입은 5억8천만원으로 국가보조(21억원)가 없다면 명맥을 유지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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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극과 극.’
대한체육회 산하 62개 정회원 종목단체의 재정 환경을 압축하는 말이다. 아마추어 종목단체라 고정수입은 국가보조금이 가장 많고, 나머지는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이 워낙 협소하고, 선수 매니지먼트나 마케팅과 관련한 전문 인력도 거의 없어 재정 확충은 엄두도 못 낸다. 과거엔 재정 공백의 상당 부분을 회장이 부담하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 회장 출연금이 0인 단체도 많다. 그렇다 보니 ‘알짜’ 회장 대 ‘껍데기’ 회장 종목으로 단체가 양극화하고 있다.
가장 행복한 종목단체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빅7이다. 대한핸드볼협회의 2022년 결산보고서를 보면, 최태원 회장은 60억원을 내 가장 많은 출연금을 기록했다. 이어 대한양궁협회의 정의선 회장이 39억원을 냈고, 롯데의 후원을 받는 대한스키협회의 회장 기부금은 21억5천만원이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윤홍근 회장은 20억원을 냈고, 각각 에스케이(SK)와 LH, 삼성의 후원을 받는 대한펜싱협회(19억원)와 대한근대5종(15억8천만원), 대한육상연맹(15억원)의 회장 출연금은 15억원을 넘는다.
종목단체가 받는 국가보조금은 주로 인건·행정·대회·훈련·사업비로 쓰이지만, 소요예산의 일부분을 해결할 뿐이다. 이 때문에 회장의 출연금은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종목 발전에 직결된다.
가령 펜싱에서는 대표선수만 되면 연간 50회의 국제대회 출전을 보장받는데, 이는 회장의 기여 때문에 가능하다. 대학팀을 비롯해 연령별 팀 단위로 지원이 이뤄지고, 투자 여력이 생기면서 매년 선수나 동호회들이 200~300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국제대회 성적도 늘 상위권이다. 최윤 회장의 대한럭비협회, 한화와 포스코건설의 지원을 받는 대한사격협회와 대한체조협회도 수장들의 기부 총액이 9억~10억원에 이른다.
이와 달리 회장의 출연금이 없거나 적은 종목단체가 많다. 대한유도회의 경우 현 회장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 지난해 결산서를 보면, 국가보조금이 31억원인데 비해 자체수입은 15억원밖에 안 됐다. 오히려 업무추진비, 판공비 등을 사용해 없는 살림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인 회장 당선자가 거액의 기탁금을 공약했지만 기득권 집행부의 반발로 내홍을 겪었던 대한복싱협회는 회장이 없는 관리단체가 됐는데, 지난해 자체수입은 5억8천만원으로 국가보조(21억원)가 없다면 명맥을 유지할 수도 없다. 대한승마협회는 지난해 회장 출연금이 2000만원이었고, 일시적으로 직원들이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빚어졌다.
물론 선수 출신이라도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십억원 이상의 후원금을 유치하는 ‘발로 뛰는’ 회장도 있다. 또 대기업 회장이 단체를 이끈다고 해서 종목의 미래가 보장된 것도 아니다. 경영환경에 따라 기업이 손을 떼면 조직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재정 마인드를 갖춘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인이나 공기업의 수장이 종목단체를 맡아주기를 바라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종목단체의 회장 선거는 과거와 달리 무작위 선거인단에 의해 이뤄진다. 누구라도 회장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부금 내용도, 스폰서 유치도, 종목 활성화도 없이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나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회장이 있다면, 그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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