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체점포 없이 지점 못 없앤다…'ATM 불인정'
"지역 소비자 불편 있으면 '점포유지' 원칙"
폐쇄지점 이용객에 우대금리 주는 방안도
앞으로 시중은행이 적자 지점 문을 닫으려면 공동점포나 소규모 출장소 같은 '대체점포'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또 폐쇄를 검토하는 단계에서부터 지역 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은행들이 수익성만 보고 점포를 정리하면서 고령층 등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커졌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년 사이 국내 은행 지점수는 4분의 1 가까이 급감했다.▷관련기사: 코로나 2년새… 5대은행 점포 '열에 하나' 사라졌다(2022년 3월30일)
지역주민 반대하면 '지점 유지' 원칙
금융위원회는 12일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어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방안은 ①사전영향평가절차 강화 ②소비자 제공 정보 확대 ③피해 최소화 실질적 지원방안 등을 담았다.
당국은 우선 현재 운영되는 사전영향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보완했다. 수익성 위주로만 평가가 진행돼 소비자 편익이 등한시되고, 또 단순히 무인자동화기기(ATM)만 남긴 채 점포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이용객들의 불편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 이용객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강화해 거치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사전영향평가나 의견수렴청취 결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점포를 유지하는 게 원칙이다.
부득이 은행이 점포 폐쇄를 결정하더라도 이후 소비자들이 큰 불편 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내점객 수, 고령층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또는 이동점포를 대신 두도록 했다.
특히 현금 입·출금 등만 가능한 일반 ATM은 대체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소비자가 겪게 되는 불편·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되는 예외적 경우에만 창구 업무의 80% 이상 수행 가능한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 Smart Teller Machine)가 대체수단으로 인정된다. 이 경우에도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 교육 지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사전영향평가에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리고 그중 하나는 지역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학교장 등 지역인사로 선임토록 했다. 사전영향평가 항목에서는 수익성이나 성장가능성 관련 항목은 빠지고 소비자 불편 최소화 항목이 확대된다.
'어느은행이 지점 덜 줄이나'…비교공시도 강화
아울러 이용객에게 점포폐쇄와 관련해 공지하는 정보도 늘린다. 폐쇄 예정일 3개월 전부터 폐쇄일자, 사유 및 대체수단 등 기본정보를 제공한 것에 더해 사전영향평가 주요내용, 대체점포 외 추가적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 문의 담당자 연락처 등을 남겨야 한다.
또 연 1회 실시하는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를 연 4회(분기별)로 늘리고, 내용에도 폐쇄일자, 폐쇄사유 및 대체수단을 추가키로 했다. 이는 소비자가 은행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이밖에도 은행은 소비자보호 전담부서를 통해 점포폐쇄 사후평가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 불편이 크면 보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실질적으로 폐쇄 점포 이용객 불편과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예금 또는 대출 등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5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그 이전에도 폐쇄를 결정하거나 폐쇄되는 경우 이 방안을 적용키로 했다.
하주식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지점 유지를) 비용이나 사회공헌이 아닌 고객과의 소통, 로열티 유지라는 은행의 장기적 목표로 보자는 것"이라며 "소비자 이익 극대화가 은행 이익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체방안을 두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수는 2012년말 7673개에서 작년말 5800개로 10년 사이 1873개, 24.4% 감소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점포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 점포폐쇄는 곧 금융소외"라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점포폐쇄 과정상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윤도진 (spoon504@bizwatch.co.kr)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