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처럼 못 만들어?” 일본, 1위 싹쓸이 한국에 두손 두발 들었다

2023. 4.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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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 배우 토다 에리카는 지난해 한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이틀 만에 '정주행'했다"며 "한국 드라마를 보면 압도적인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며 한류 팬임을 밝혔다.

자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며 각종 인기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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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 [넷플릭스 공식 블로그]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한국 드라마, 제발 봐주세요”

일본의 인기 배우 토다 에리카는 지난해 한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이틀 만에 ‘정주행’했다”며 “한국 드라마를 보면 압도적인 대본과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며 한류 팬임을 밝혔다.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자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며 각종 인기차트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젠 일본에서 역으로 “한국 콘텐츠를 배워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13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한국 영화 ‘길복순’이 일본 넷플릭스 영화 부문 차트에서 11일 연속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지난주(4월3일~4월9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TV 부문 상위 1위부터 3위를 모두 한국 드라마가 차지했다. [플릭스패트롤 캡쳐]

길복순을 시청한 일본 시청자들은 “킬러 전도연이 너무 멋있다. 137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흔적이 보인다”, “영화 초반에서 한국 배우의 일본어 연기가 어색했던 점을 제외하면 4점을 주고 싶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 드라마도 일본 인기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지난주(4월3일~4월9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TV 부문 상위 1위부터 3위를 모두 한국 드라마가 휩쓸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더글로리’를 비롯해 ‘간 떨어지는 동거’, ‘신성한 이혼’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1위 자리를 다퉜다.

심지어 간 떨어지는 동거는 지난 2021년 종영한 한국 드라마지만 일본에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더글로리를 제치고 일본 넷플릭스 TV 부문 1위에 올랐다. 이처럼 오래전에 종영한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역주행’ 기록을 쓰는 건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더글로리’ [넷플릭스 공식 블로그]

최근 일본에서 한국 콘텐츠 소비 성향이 강해지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 일본은 한국 콘텐츠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자국 콘텐츠에 후한 평가를 내렸다. 몇 년 전 ‘오징어 게임’과 ‘지옥’ 등이 전 세계에서 흥행하자 일각에선 “일본 드라마인 ‘배틀로열’을 베꼈다”, “오징어 게임 속에 등장하는 전통놀이는 일본이 전파한 것” 등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자 일본에선 “한국에 완패했다”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의 투자를 바탕으로 연이어 큰 성과를 내자 일본 내에서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배워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한류 팬도 젊어졌다. 아사히 신문은 지난달 24일 “한류 20년, 젊어진 붐”을 제목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20여 년 전 한류는 드라마 ‘겨울연가’에 빠진 중·장년 여성들이 주도했다면, 이제는 10대부터 30대까지 일본 젊은 세대가 한국 콘텐츠 소비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기무라 간 고베대 교수는 “일본과 다른 한국의 역사관을 허용하지 않았던 20년 전과 달리, 요즘 일본 젊은 세대는 한국의 정치와 문화를 분리해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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