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복한 가족은 비슷할까? 신간 '가족을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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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 불행을 안고 있다."
가족을 말 그대로 폐지하라는 '과격한' 주장을 담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그리스 플라톤 시대부터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현대 트랜스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가족 폐지론의 역사를 조망한다.
"불행한 가족이 구조적인 의미에서 다 똑같고, 행복한 가족은 기적적인 예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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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 불행을 안고 있다."
소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첫 구절 중 하나인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다. 대부분의 작가는 이 문장을 절창이라 평가한다.
SF 소설가 어슐러 K. 르 귄도 이를 '훌륭한 첫 문장'이라고 소개하지만, 이 칭송은 사실 뒷부분 절반에만 해당한다.
앞부분 '모든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다'에 르 귄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어떤 가족이 행복하다고 묘사하는 건 현실을 얕보는 참을 수 없는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미국 작가이자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소피 루이스의 에세이 '가족을 폐지하라'(서해문집)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은 논쟁적이다. 가족을 말 그대로 폐지하라는 '과격한' 주장을 담고 있어서다.
책에 따르면 가족은 대체로 불행의 온상이다. 가족을 부양하려면 거의 매일 일해야 한다. 아이나 노인에 대한 돌봄도 사회나 정부가 아닌 가족 내에서 책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족 안에서는 은밀한 학대와 성폭력과 갈취가 이뤄지기도 한다. "눈물, 두려움, 편두통, 검열, 말다툼, 거짓말, 분노, 잔인함"이 가족이라는 말속에 숨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가족을 폐지하자는 논의가 자신만의 독특한 주장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리스 플라톤 시대부터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현대 트랜스 마르크스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가족 폐지론의 역사를 조망한다.
또한 가족이 부르주아 경제의 축소판이며 일종의 "노동 이데올로기"라고 지적한다.
그는 삶이 풍요로워지기 위해선 "혈연 중심의 사고와 관행과 언어를 헐겁게 하고, 몰아내고, 털어버리려는 우리 모두의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불행한 가족이 구조적인 의미에서 다 똑같고, 행복한 가족은 기적적인 예외"라고.
성원 옮김. 18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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