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5월부터 점포 폐쇄 맘대로 못한다
지역인사 최소 1인 참여 고객 의견수렴 거쳐야
폐쇄시 다른 '대면창구' 대체수단 마련해야
ATM 설치하고 점포 폐쇄 더 이상 안돼
[이데일리 노희준 서대웅 기자] 다음달부터 은행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점포를 맘대로 폐쇄할 수 없다. 점포 문을 닫으려면 공동점포, 이동점포 등 대체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폐쇄 결정 전에도 최소 지역인사 1인이 참여하는 이용고객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손쉬운 무인자동화기기(ATM)를 내세워 슬그머니 점포를 폐쇄하던 관행도 금지됐다.
우선 당국은 점포폐쇄 결정에 앞서 시행 중인 사전영향평가를 내실화했다. 현재 이 절차를 운영 중이지만, 점포폐쇄가 줄지 않고 ATM만 늘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개선방안의 가장 큰 변화는 은행이 점포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점포 이용고객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소비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어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됐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는 지역주민이 요청하면 은행 점포폐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사회와 협의하고 있다. 하주식 과장은 의견수렴 절차와 관련, “은행 자율 결정 사항”이라면서도 “전화나 이메일로 1~2개월 의견을 청취하고 일정 수준이 되면 설명회를 개최하고 그 사이 홈페이지 게시판으로 의견을 남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은행은 이렇게 수렴한 의견을 반영해 대체수단 조정, 영향평가 재실시나 점포폐쇄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
당국은 사전영향평가 주체도 변경했다. 평가자 중 외부전문가를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했다. 특히 외부전문가 2인 중 1인은 점포폐쇄 지역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 지역인사로 선임토록 했다. 현재는 법률 전문가가 비중이 높아 지역 목소리 투입이 적다는 지적이다. 당국은 또 사전영향평가 항목도 조정했다. 그간 비중이 컸던 은행의 수익성이나 성장가능성과 관련된 항목은 뺐다. 대신 고객수, 고령층비율, 대체거래수단 등 금융소비자 불편 최소화와 관련된 비중을 높였다.
무엇보다 부득이하게 점포폐쇄를 결정하더라도 은행은 소규모점포와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나 이동점포 등 ‘대면 창구’를 대체수단으로 갖추도록 했다. 예외적으로만 은행원이 화상으로 연결되는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를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이 경우도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그간 점포폐쇄시 대체수단으로 손쉽게 제시해온 ATM은 더는 활용할 수 없다. ATM은 현금 입·출금 등이 가능하지만 예·적금 신규가입 등 은행 창구업무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어 보조수단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점포폐쇄와 관련한 공시도 확대된다. 현재 점포폐쇄가 결정되면 폐쇄일로부터 3개월 전에 이용고객에게 문자, 이메일 등으로 폐쇄일자 등 기본정보를 제공 중이다. 당국은 여기에 폐쇄의 구체적 사유와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에도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 연락처를 안내토록 했다. 또한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를 연 4회(분기별 1회)로 확대했다. 소비자가 은행별로 폐쇄 상황을 비교할 수 있게 비교정보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홈페이지에 공시토록 했다.
은행은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지원방안도 제공해야 한다. 이들게에 예금이나 대출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 등이 검토된다. 하 과장은 “내실화 방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5월 1일부터 시행한다”며 “이번 방안은 은행 내규에 반영이 돼 지켜질 거라고 보지만, 내규 위반에 대해 어떻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노희준 (gurazi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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