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사들이는 제약·바이오… 경영권 방어·M&A `이중포석`
상장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추락하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카드를 쓰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영권 방어 또는 사업확장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동아에스티 등 4곳이 올해 들어 자사주를 사들였다. 광동제약은 이달 11일 5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광동제약은 이달 12일부터 7월11일까지 보통주 100만주를 장내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 대부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자사주를 매입한다. 이날도 2만주 가량의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처분 및 소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회사가 20% 이상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오너 2세인 최성원 부회장이 한자릿수 지분으로 광동제약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번 자사주 매입을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광동제약의 개별 최대주주는 미국 투자자문사인 '피델리티 퓨리탄 트러스트(Fidelity Puritan Trust)'로 9.96%를 보유하고 있다. 최성원 부회장은 6.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공익법인 가산문화재단과 광동생활건강이 각각 5%, 3.05%씩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오너 기업에 비해 지배구조가 취약한 셈이다. 이 때문에 광동제약은 과거에도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처분한 적이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2014년과 2018년에 자사주를 각각 50만주, 100만주 매입한 후 2020년에 바이넥스에 150만주를 주당 6350원에 매각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2월과 3월에 자사주를 각각 30만9406주, 34만7948주 매입하기로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이달 39만8000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올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자사주 매입규모는 각각 1000억원, 249억원 수준이다. 셀트리온도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자사주 매입 자체만 가지고 호재로 보지는 않는다. 보유한 자사주를 향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주주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자사주를 당장 소각하는 것보다 기업 M&A 방식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현재 다국적 제약기업 박스터의 바이오파마솔루션 사업부 인수를 비롯한 M&A를 검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금 대신 자사주를 맞교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서 회장의 발언으로 실망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자사주 매입은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기업과 자사주를 맞교환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쓰일 수 있다. 만일 셀트리온이 1000억원의 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해 향후 수익성을 높인다면 주주가치가 높아질 수 있지만 현금 대신 자사주와 맞교환하게 되면 배당이 희석되기 때문에 주주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결정이다.
올해 동아에스티도 2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김민영 동아에스티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자사주 매입, 주식배당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것은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대원제약, 유유제약, 동성제약,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대거 사들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주가가 많이 하락했을 때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보통 자사주를 매입한다"면서 "주식소각을 할 경우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져 주주들에게 제일 좋지만 때때로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 처분하거나 장기간 보유할 경우 다시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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