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빗장 풀린 알뜰폰 시장···통신비 낮아질까
은행의 알뜰폰 진출 시장이 열리면서 알뜰폰 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이 통신비를 내리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알뜰폰 사업을 부수 업무로 승인했다. 반면 업계는 생태계 교란종인 ‘베스’가 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 보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에서는 한시적으로 ‘0원’ 요금을 내건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통신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자사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늘려 세를 키우고, 중소 사업자들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또 금융위원회가 전날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해 타 은행도 진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1월 토스가 알뜰폰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신한은행 등도 사업자와 제휴한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이며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금융산업의 통신업 진출로 통신사 간 경쟁이 촉발돼 소비자의 후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처럼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금지하고,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등의 조건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거대한 자본력과 높은 인지도를 지닌 금융권의 진출이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위는 “(리브엠이) 원가 이하 요금제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요금 수준이나 점유율을 제한하는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과기통신부는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가) 정식으로 부처에 요구하면 논의해 보겠다”며 “이제 결정된 사안인 만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일단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가장 문제로 삼는 건 가격이다. 이통3사 자회사들은 10GB대 데이터 LTE 요금제를 3만3000원~3만8000원 수준으로 판다. 요금제 도매대가인 3만3000원보다 낮게 팔 수 없어서다. 하지만 리브엠은 비슷한 데이터 요금제를 2만7000원 안팎으로 판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리브엠이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를 계속하면, 많은 알뜰폰 기업들이 도산해 이용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과도한 덤핑판매로 1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며 소상공인을 도산시키는 것이 혁신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품과 금융서비스 연계 프로모션 등 수백억원의 적자까지 감수한 마케팅을 하는데도 아무 규제가 없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며 “사업자들이 그간 씨를 뿌리고 키워온 시장에 금융사가 자본력을 이용해 막판에 수확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리브엠은 지난 2월 기준 가입자수 40만 명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뜰폰 업계에서 가입자수로는 4위 규모다. 알뜰폰 사업자는 70여개에 달하는 데 적지 않은 곳이 콜센터 운영도 어려울 만큼 영세하다. 은행과 달리 가격 외에도 고객 서비스, 마케팅, 유통망 등의 경쟁력이 낮아 자생력이 없는 곳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는 소비자 후생의 지속가능성과 금융자본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에 따르면 원가이하로 시장에 들어가 경쟁을 왜곡하는 약탈적 가격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시장 선점 경쟁으로 통신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수도 있겠지만 알뜰폰 산업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소비자 후생이 보장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자본이 처음 산업자본에 들어간 만큼 통신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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