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덜 썼는데 적자는 10조 더 늘어···지출까지 속도 내면 재정 적자 ‘어쩌나’
지난 2월까지 국가 재정 지출이 지난해보다 6조원 이상 줄었지만 적자 규모는 11조원 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세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상반기까지 올해 예산의 65%를 조기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침체와 감세로 세수입 전망은 어두워 향후 재정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13일 발간한 재정동향 4월호를 보면 지난 2월까지 총지출 누계액은 전년 동월 대비 6조6000억원 감소한 11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5조2000억)보다도 지출 감소 폭은 더 커졌다. 총지출은 예산을 통한 지출과 기금을 통한 지출로 나뉘는데, 예산 부문에서는 2월까지 47조9000억원 지출되며 전년 동기 대비 지출액이 3조9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기금 부문 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조4000억원 감소해 전체 지출액이 6조원 이상 감소했다.
정부는 지난해 한시 지급된 소상공인 손실 보상금 및 방역 지원금에 대한 기저효과가 작용해 올해 기금 지출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지출 규모는 줄었지만 예산 진도율은 17.9%로 집계되며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1%포인트 높아졌다. 예산 진도율은 올해 전체 예산 대비 현재까지 얼마를 지출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1월 지출 진도율은 8.0%로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낮았었다.
지난 2월까지 관리재정수지 누계액은 30조9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10조9000억원 확대된 것인데, 정부가 발표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58조2000억원)의 절반을 벌써 넘겼다. 통합재정수지 누계액도 2월까지 24조6000억원으로 집계돼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은 9조5000억원 더 늘었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4대 보장성 기금 수지까지 제외한 것을 말한다.
두달 동안 정부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돈을 적게 썼지만, 적자규모는 더 커진 상황인데, 이는 각종 세금이 예상보다 큰 폭 덜 걷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까지 국세수입 누계액은 5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 줄었다.
주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세수가 감소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침체 영향으로 양도소득세가 4조1000억원 줄었고, 증권거래세 수입도 8000억원 줄었다. 부가가치세가 5조9000억원, 법인세가 7000억원 씩 각각 감소했다. 국세수입에 세외수입과 기금수입 등을 합친 총수입은 2월 기준 90조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6조1000억원 감소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침체된 경기를 최대한 부양하기 위해 6월 말까지 정부 예산의 65%를 조기 집행하기로 한만큼 향후 재정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와 같은 감세 기조에서 적자가 확대되면 정부가 필요한 지출을 줄이거나 적자 국채를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적자 국채를 발행하면 금융 시장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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