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요 “중대 최초 타과생 연영과 복수전공, 경란이도 나도 꽃길만 걷겠다”[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학창시절엔 동급생들이 고데기로 온몸을 지졌다. 폭력의 상흔이 남은 채 학교를 졸업했지만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성인이 돼서도 가해자들이 차린 숍의 직원 겸 개인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누구도 그녀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인생을 건 복수전을 그려내며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또 다른 학교폭력 피해자 경란의 이야기다.
파트1에서 역할이 미미했던 경란은 파트2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문동은(송혜교 분)의 복수를 완성하는데 일조했다. 경란이 명오(김건우 분)를 내려친 ‘로얄 살루트’가 시가 400만원 상당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 서울 충무로 ‘스포츠서울’ 사옥에서 만난 경란 역의 안소요는 “그 술이 그렇게 비싼지 몰랐다”며 “촬영할 때는 술병 모양의 말랑말랑한 소품으로 내리쳤다”고 경란처럼 조용히 미소지었다.
◇경란과 같은 87년생, 오디션 2번 치른 뒤 ‘더 글로리’ 입성
안소요는 경란 역을 연기하기 위해 2번의 오디션을 치렀다. 첫 오디션 때는 사라와 혜정의 대본을 받았다. 그의 연기를 지켜본 안길호PD는 “역할에 비해 너무 어려보인다”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두 번째 오디션 때는 사라나 혜정처럼 보이려고 짙은 메이크업으로 잔뜩 힘을 주고 갔다. 하필이면 동은과 함께 공장을 다닌 조력자 성희(송나영 분)의 대사였다. 이번에는 “역할에 비해 나이가 너무 많다”고 퇴짜를 맞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던 안소요는 “화면에서는 다양한 나이대를 연기할 수 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아기 엄마 역할도 했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그의 간절함이 통한 것일까. 안길호PD는 다시금 그를 불러 “경란이란 인물이 있는데 잘 맞을 것 같다”고 그를 낙점했다.
“경란은 역할 설명을 들을 때부터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열리며 진심으로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건 경란이 성인이 돼서도 자립하지 못한 채 가해자들의 곁을 떠나지 않은 이유다. 안소요는 “한 줄로 요약하기 힘들지만 내가 경란이라면 어땠을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아마도 경란은 분명 벗어나려고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고, 크고 작은 실패가 쌓이면서 지금의 경란이 된 것 같다. 이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여력도 없고, 진짜 자기감정, 모습이 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상태로 살지 않았을까. 그러다 동은을 만나 비로소 자신의 속마음과 얘기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 같다.”
‘더 글로리’의 동은, 연진, 사라, 혜정, 재준, 명오, 그리고 경란은 모두 1987년생이다. 실제 안소요도 1987년생이다.
그는 “가해자 무리 중 유일하게 나만 87년생”이라며 “우리 나이대 친구들은 이 작품을 보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봤을 것 같다. 뉴스를 보면 더한 일도 있지만 ‘학폭’이 이슈가 돼 다시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란이도, 동은이도 위로와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대 최초 타과생 연극영화학 복수전공...‘소요’란 예명 직접 지어
경란처럼 조용하고 내성적일 것 같지만 안소요의 마음 한구석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소용돌이쳤다. 평소 조용한 성격임에도 멍석을 깔아주면 신들린 듯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에 “내 꿈은 연기자”라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건 연기자가 되는 걸 반대하는 부모님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는 재학 중 연극영화학과를 복수전공한 최초 타과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연극과에 가서 복수전공을 하고 싶다고 부탁했는데 ‘우리는 타과생의 복수전공을 받지 않는다’고 거절 당했다. 마침 연극부에서 내 연기를 좋게 봐준 교수님의 배려로 복수전공을 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재학할 때는 처음있는 일이라고 했다.”
부모님은 졸업장을 받은 뒤에야 안소요의 연극영화학 복수전공 사실을 알게 됐다. 졸업 뒤에도 취업하지 않고 연극과 단편영화, 독립영화판을 전전했다. 여전히 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어머니가 “우리 딸, 어릴 때 공부 잘했으니 뭘 해도 잘할텐데”라고 넌지시 취업을 바라는 말을 던졌지만 소용없었다. 성품은 조용하지만 굳은 의지가 안소요와 연기를 하나로 묶었다.
소요라는 예명은 자신이 직접 지었다. 부모님이 지어준 본명은 지혜다. 안소요는 “‘소요’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자유롭게 여기저기 거닐다’는 의미의 소요(逍遙)와 ‘여럿이 떠들썩하게 들고 일어난다’는 ‘소요사태’의 소요(騷擾)”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름처럼 2023년에는 안소요가 자유롭게 다니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연기자로 거듭날 것 같다. 그는 “‘경란아, 꽃길만 걷자’는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배우 안소요 역시 보여드릴게 많으니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안소요는 올 하반기 디즈니+‘냠냠’으로 다시금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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