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으로 맛보는 ‘따뜻한 집밥’···노원구 ‘아동식당’ 가보니[현장에서]
친환경·무농약 식재료 위주로 직접 만든 음식
예산 확충해 이용료 2500원 →1000원으로
“중장기적으로 ‘아동식당’ 권역별 확대”

“두끼만 우선 결제할게요.”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방모씨(55)가 지난 10일 서울 중계동 노원 융합형 아이휴센터 내 ‘아동식당’을 찾아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결제금액은 2000원.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근처에서 바이올린을 배우는 딸아이가 먹을 이틀치 저녁밥 값이었다. 입소문을 듣고 처음 와봤다는 방씨는 밥과 반찬 상태 등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식당에 들른 것이었다.
그는 “엄마인 제가 해주는 것보다 영양식인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며 “1000원이면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을 수 있는 돈인데, 이렇게 따뜻하고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깜짝 놀랐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1000원을 내면 아침밥을 제공하는 ‘천원 아침밥’이 전국 대학가로 확산하면서 노원구도 이달부터 아동식당 이용료를 1000원으로 인하했다. 아동식당은 노원구의 대표적인 아동 돌봄사업으로,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센터인 아이휴센터가 문을 연 2020년 전국 최초로 선보인 어린이 전용 식당이다.
아동식당은 결식아동이나 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뿐 아니라 맞벌이 가정 아동 등 식사를 원하는 초등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소득 기준 제한도 없다. 센터에서 정기돌봄을 받는 아동들은 월 이용료 2만원에, 특정 일자에만 일시돌봄을 받는 아동들은 하루 이용료 2500원에 식사비가 포함돼 있다. 식사만 하는 외부 아동들은 1000원만 내면 된다. 결식아동들을 위한 꿈나무(아동급식)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식당 이용료는 원래 3500원이었다. 그러다 ‘고물가에도 아이들 밥만큼은 제대로 챙기자’는 취지에서 지난달 2500원으로 인하했으며, 이달부터 1500원을 더 내렸다. 한끼 원가 8000원 중 1000원을 제외한 대부분을 구청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자치구 운영 식사돌봄 사업 중 가장 저렴하다.
값이 싸다고 맛과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끼는 대개 국과 밥, 반찬 4가지로 구성되는데 아이들이 먹는 저녁밥인 만큼 친환경 농산물과 무농약·무항생제 식재료 위주로 만든다.
식단은 한달 단위로 짠다. 영양사 1명과 조리사 2명이 상주하며 매일 25~30인분 음식을 직접 조리한다. 이날 메뉴는 백미밥, 순두부백탕, 소불고기, 푸실리로제소스조림, 무우배생채, 배추김치였다. 영양사 박영주씨(65)는 “불고기도 양념을 직접 만들어서 고기를 재운다”며 “직접 만들면 손이 많이 가지만 가공식품보다 첨가물이 적게 들어가는 데다 덜 짜고 덜 달아 맛이 담백하다”라고 말했다.
식사는 오후 5~6시에 진행된다. 아이들은 노란색 식판에 먹을 만큼의 양을 소복하게 담아 원하는 자리에 앉았다. 이곳이 아니었다면 컵라면이나 삼각김밥 등으로 저녁밥을 간단하게 ‘해결’했을 수도 있다. 혹은 직장에서 퇴근하지 못한 부모가 배달앱을 통해 저녁밥을 ‘공수’해줬을 아이도 있을 것이다.
정명희 노원 융합형 아이휴센터장은 “맞벌이의 경우 퇴근 후 달려와서 음식을 차려주기가 벅차고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도 없다”며 “아동식당 운영 콘셉트가 ‘따뜻한 집밥’ ‘편안한 집’인 것도 그런 점들을 해소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말했다.

밥을 먹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누구 하나 눈치를 보거나 창피해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남매가 모두 이 곳에서 저녁밥을 먹는다던 성하준군(10)은 “치킨 반찬이 제일 맛있고 다음에도 치킨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정 센터장은 “여기는 급식을 먹는 개념이 아니고 먹고 싶고 좋아하는 음식을 이야기하면서 편하게 ‘이거 해주세요’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현재 이곳을 포함해 융합형 아이휴센터 3곳에서 아동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총 8601명 아이들이 아동식당을 이용했다. 오는 7월 상계구민체육센터에 융합형 아이휴센터가 개소하면 아동식당도 추가로 문을 연다.
아동식당 1곳당 연간 예산은 평균 1억5364만원으로, 노원구는 식당 이용료를 1000원으로 인하하면서 2880만원 예산(아동식당 1곳당 외부아동 각 20명 기준)을 추가로 책정했다. 관련 예산은 추경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방학 등에는 이용 아동 수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천원식당’을 권역별로 확대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4곳을 운영한 뒤 집단급식소로 등록해 외부 이용 아동 수를 늘릴 방침이다.
오승록 구청장은 “성장기 아이들의 결식을 막고 맞벌이 부모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아동돌봄의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에 구비를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며 “아동식당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아이 키우기 좋은 노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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