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헤드라인 물가 역전···예상보다 ‘끈끈한’ 물가에 중앙은행 고심
한국과 미국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소비물가 상승률이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의 영향을 받아 큰폭으로 내려오는 반면, 기조적 물가 흐름에 해당하는 근원물가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원물가가 높으면 한동안 물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경기둔화가 현실화하자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기대에 맞서 각국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보면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5.6%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5.0%를 웃돌았다. 지난해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껑충 뛰었던 CPI는 최근 원유 등 가격이 하락하면서 동반하락했다. 하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주거비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탓에 전월(5.5%)보다 오히려 상승률이 확대됐다. 미국에서 근원과 헤드라인 물가 수치가 역전된 것은 2년 3개월 만이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 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4.2% 상승해 1년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역시 석유류 가격이 하락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4.8%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는데, 이같은 역전현상은 1년 2개월만에 처음 나타났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은 물가의 ‘하방경직성’이 잘 드러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식품이나 에너지는 기후나 지정학적 위기의 영향으로 공급이 불안정한 탓에 가격 변동이 심하지만, 각종 서비스나 주거비 같은 항목은 한번 오르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인 3.5% 수준에 부합할 것으로 본 반면, 근원물가는 종전 전망치 3%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대응에 사활을 걸어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갈수록 경기 방어에 금리인하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는 높아지는 반면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물가에 대한 경계를 늦추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11일 간담회에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선을 그은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연준이 오는 5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동결기조에 들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웰스파고는 “향후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이 둔화될 수 있다는 신호가 존재하지만, 연준이 현 상황에 만족하기에는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도 “물가오름세 둔화 국면이 지속되고 있지만 과소평가하고 있는 물가 경직성에 대해서는 기대를 조정할 시기”라며 “유가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헤드라인 물가 상승폭의 축소보다 근원 물가의 경직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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