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 동안 장편 몇 편이나 쓸 수 있을까?" 70대 하루키가 깨달은 것

권진영 기자 2023. 4. 1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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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장편을 몇 편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무라카미는 "나는 주문을 받아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될 것"이라며 모호한 답을 내놨다.

그동안 소설가로서의 자의식이 강했다는 무라카미는 "끙끙대면서 문장만 지지고 볶아도 소용없다. 좀 더 자신을 드러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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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쓰고 싶은 때가 온다…언제인지는 나도 몰라"
일흔 들어 여유 생겨…소설 이외에 활동에도 적극적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민음사 제공).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초조함은 없다. 많이 썼으니까 이제 된 거 아닌가?"

6년 만에 장편 소설 "거리와 그 불확실한 벽'을 발표한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4)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능청스럽게 답했다.

"앞으로 장편을 몇 편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무라카미는 "나는 주문을 받아서 쓰는 게 아니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될 것"이라며 모호한 답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번역이나 단편·중편 작업을 하면서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쓰고 싶은 시기가 찾아온다. 그때를 기다릴 뿐. 그 시기가 죽을 때까지 몇 번이나 올까…그건 나도 모른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는 죽을 때까지 소설을 쓰고 싶냐는 물음에 "그런 마음도 있지만, 조만간 지칠지도"라고 답하고는 웃었다. 소설 쓰는 일을 풀코스 마라톤에 빗댄 무라카미는 "이제 됐어. 여기서 그만할래"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했다

올해로 일흔넷.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는 무라카미는 점차 소설 밖으로도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라디오 DJ를 맡는 한편 모교 와세다 대학에 마련된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낭독·음악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동안 소설가로서의 자의식이 강했다는 무라카미는 "끙끙대면서 문장만 지지고 볶아도 소용없다. 좀 더 자신을 드러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을 더 드러내도 괜찮겠다'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한두 문장으로 설득하는 세계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처음 SNS가 등장했을 때는 새로운 민주주의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긴 시간에 걸쳐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전하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고 담담한 어조로 덧붙였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무라카미의 신작은 팬데믹 기간 동안 집필됐다. 그는 집필 중 "역사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글로벌화로 세계가 좀 더 좋은 곳이 될 거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어느샌가 포퓰리즘과 반 글로벌리즘·민족주의가 부상했다고 짚었다.

세계가 불안정해지면 "마치 이 작품(신간 소설)에 나오는'세계와 동떨어져 벽으로 둘러싸인 환상적인 거리'처럼 좁은 세계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했다.

무라카미는 "어쨌든 현실과 바깥 세계의 교류랄까, 왕래가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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