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없어져 불편’ 잇단 비판에…지점 폐쇄 깐깐해진다

폐쇄 때 대체 점포 우선 마련…대체 수단에서 ATM 빠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연합뉴스

앞으로 은행이 점포를 폐쇄할 때는 대체 점포를 마련해야 한다. 창구 업무가 불가능한 무인자동화기기(ATM)는 대체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은행들의 점포 폐쇄가 고령층의 ‘금융소외’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런 내용의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은행연합회는 이를 반영해 개정한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먼저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되는 사전영향평가가 강화된다. 소비자 의견수렴 단계를 추가하고, 이를 반영해 영향평가를 다시 하거나 폐쇄 여부를 재검토하는 등의 절차를 마련한다. 평가에서 수익성 항목은 삭제되며, 고객 수나 고령층 비율 등 소비자 불편 관련 항목이 확대된다. 하주식 금융위 금융소비자정책과장은 “수익성은 고객 수 등의 항목을 통해 간접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를 폐쇄하게 될 경우에는 창구 기능이 있는 대체 점포를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예·적금 신규가입 등이 불가능한 무인자동화기기(ATM)도 대체 수단으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배제된다. 대신 은행들은 소규모·공동 점포를 마련하거나 우체국과 창구 제휴를 맺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대체 수단으로 인정된다.

은행이 점포 폐쇄 현황을 알리는 공시 주기는 연 1회에서 분기별 1회로 단축된다.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의 점포 신설·폐쇄 현황을 비교하는 공시도 할 방침이다. 공시와 관련된 개선사항은 올해 2분기부터 적용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이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는 은행들의 점포 폐쇄로 인한 소비자 불편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에 따른 조처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오프라인 점포 폐쇄가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지만, 고령층처럼 비대면 거래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의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말 은행 점포 수는 5800곳으로 1년 전보다 5%, 10년 전보다 24% 줄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