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 30년] R&D 1조원·반디태 특허 3000개…국산화 넘어 세계화

권동준 2023. 4. 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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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15~20% R&D에 투입
사업 다각화 통해 적자 탈출
혁신에 신뢰 더해 글로벌화

'부침은 있었지만 혁신의 발목을 잡진 못했다.'

30년 전 1993년 4월 13일. 주성이 설립된 날이다. 주성은 창업자의 '현실 직시'로 시작됐다. 황철주 주성엔지니링 회장이 유럽 반도체 장비 회사 ASM에 몸 담았던 시기, 당시 우리나라는 잇단 세계 최초 D램 개발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기반을 닦고 있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생태계는 취약했다. 반도체 장비 산업 현장에 있던 황 회장의 눈에는 더욱 그렇게 보였다. 메모리를 만드는 공정 장비는 외산 일색이었다. 메모리 강국도 해외 장비 업체에 의존하지 않고는 실현이 힘들었다.

황 회장은 안타까움 속에서도 기회를 봤다. 우리나라 인재와 기술로 직접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첫발을 내딛은 것이 주성의 창업이다.

◇세계 최초 반도체 ALD 장비로 시작…디스플레이·태양광으로 다각화

주성이 업계 두각을 나타낸 건 1996년이다. D램 메모리 캐퍼시터(전하 저장장치)용 원자층증착장비(ALD)를 세계 최초 개발하면서부터다. 원자를 한층씩 쌓아올려 매우 미세한 두께를 조정하는 ALD는 지금도 업계에서 고난도 기술로 손꼽힌다. 고성능 장비를 앞세워 국내 굴지의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창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1999년 말이다. 당시 주성의 공모가는 34만원이었다. 대한민국 벤처 신화가 본격 시작된 때다.

부침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허리띠를 졸라맸다. 반도체 장비 회사는 결국 기술이라는 철학 아래 꾸준히 연구개발(R&D)에 나섰다. 혁신만이 생존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다수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사업 다각화도 중요 밑거름이 됐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장비로 저변을 확대했다. 플라즈마 증착 장비를 개발해 LG디스플레이에 공급했다. 대만 등 해외 기업에도 납품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그 결과 회사는 재기에 성공, 2004년 흑자 전환했다.

주성은 태양광이 미래 먹거리라고 보고 신성장 동력 사업으로 삼았다. 2007년 박막형 태양전지 제조장비를 수주하면서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불경기 때는 태양전지 장비 매출이 최대 비중을 차지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상당 부분 매출이 줄었지만 여전히 첨단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광주 본사 로비

◇힘들어도 놓칠 수 없는 R&D…누적 1조원

주성의 3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혁신'이다. 혁신 없이는 기업 존재 가치가 없다는 황 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혁신은 기술 개발에서 나온다. 주성이 R&D를 강조하는 이유다.

주성은 연평균 매출 15~20%를 R&D로 사용한다. 적자가 나더라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R&D 비용은 아끼지 않았다. 회사가 어렵다고 R&D를 멈추면 결국 자멸한다는 판단에서다. 500억원 이상을 R&D에 썼는데, 작년에는 700억원을 넘어섰다.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R&D 비용에 실적에 따라 매출 비중 40%를 훌쩍 넘길 때도 있다. 창사 이래 주성의 R&D 투자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전체 직원의 65%가 R&D 인력이다.

R&D 결실은 특허로 맺어졌다. 지금까지 주성이 확보한 특허는 3000개 이상. 황 회장은 언제나 “모방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고 강조하는데, 경쟁사의 모방을 방어하는 전략으로 특허를 전면에 내세웠다.

2020년 회사는 용인에 2만6000㎡ 규모 R&D센터를 설립했다. 주성엔지니어링 측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R&D를 한 공간에서 진행해 각 분야의 강점을 융·복합하고 기술 개발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성 장비에는 '세계 최초' 타이틀이 많다. 제품 수만 따져도 20개가 넘는다. 황 회장은 “우리가 국산화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또한 모방의 일종”이라며 “지금까지 없었던 혁신을 통해 국산화가 아닌 '세계화'를 추진해야한다”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센터 내부

◇혁신은 '현재진행형'

주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장비 생산 능력도 대폭 고도화했다. 작년 말 대지 3만2000㎡, 연면적 2만2000㎡ 규모 경기 광주 캠퍼스를 완공했다. 본사를 겸한 제조 전문 사업장이다. R&D와 생산 분리 전략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이 10배 이상 향상됐다고 주성은 설명했다.

주성은 차별화된 ALD 기술을 기반으로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양산 장비도 개발 중이다. 최근 주성 장비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대만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반도체 장비가 수출 일등 공신으로 거듭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과 대형 패널 장비 다각화를 통해 매출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태양광 역시 세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성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 기술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대면적 증착 기술을 융복합해 차세대 태양전지 장비에 적용했다. 업계 최초로 발전전환효율 35% 이상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 산업의 기술 난도는 점점 높아지고 글로벌 장비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인력과 물량 위주 생산성 혁신이 주도하던 시대는 지나고 기술 혁신만이 경쟁력”이라며 “앞으로 주성의 30년은 혁신에 신뢰를 더해 세계적인 장비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 문구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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