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유출 수사 본격화…"접근권한 지닌 내부인에 초점"
내부자 소행으로 꾸민 외국 첩보공작 가능성도 배제 안 해
MS 사장 "러 정보기관, 게임 커뮤니티 잠입 정황 포착" 주장
백악관, 동맹국 도·감청 의혹에도 "국가안보에 필요한 일은 해야"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정부의 기밀문건 유출 사건 수사가 비밀 접근 권한이 있는 내부자의 소행에 무게를 두고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다만 용의자의 신원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출된 미국 정부 기밀문건 중 60여쪽은 중앙정보국(CIA) 작전센터나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생산한 것으로 적혀 있다.
국방부 고위급 브리핑에 주로 쓰이는 이런 문서 중 기밀 등급이 높은 일부는 많아야 수백명, 혹은 그보다 훨씬 적은 수에만 접근 권한이 주어진다.
따라서 접근 권한 보유자가 적은 문서들을 기준으로 잠재적 용의자를 추려내면 빠른 속도로 수사망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미 정부 당국자들은 말했다.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상에 유포된 기밀문건들의 이미지를 확보해 분석에 나선 상황이다.
국방부의 경우 컴퓨터 등에 저장된 기밀을 출력할 경우 네트워크상에 반드시 흔적이 남도록 하는 기밀보호 체계를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기밀문서는 출처를 추적할 수 있게 육안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표식이 새겨져 있으며, 기밀을 취급하는 업무공간 다수는 카메라 등으로 상시 감시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글렌 거스텔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법률 자문은 "CIA 브리핑은 미 의회 인사를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보내지며, 합참 책자도 다수의 고위급 군지휘관에게 보내진다"면서 이 과정에서 상당한 보안 조처가 취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보고서는 보안 프린터로만 출력할 수 있다. 이것들은 책상 위에 돌아다니는 것들이 아니며, (기밀을 취급하는 정부 업무공간은) 통상적 사무실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기밀문건 중 일부는 종이에 인쇄된 문서를 휴대전화 등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최초유포자를 특정할 단서가 나올 수 있다.
FBI 고위 당국자 출신 전문가 조슈아 스쿨은 "FBI는 수집한 정보를 연구실에서 분석할 것이고, 이는 (문서에 쓰인) 종이와 잉크 등등에 대한 후속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출된 문건에는 두차례 접힌 자국이 있었다. 또 일부 기밀문건의 이미지 배경에는 사냥 잡지나 나이프, 특정 브랜드 접착제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초 유포지가 게이머들이 활동하는 비디오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대화방으로 알려진 것도 추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OG'라는 닉네임을 쓰는 디스코드 사용자가 최초유포자라는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미 정부 일각에선 이런 흔적들조차 진짜 배후를 숨기기 위해 주의 깊게 연출된 일종의 '무대 장치'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수사당국도 이번 사건이 내부자 소행이 아니라 외국 정부가 벌인 첩보작전의 결과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브래드 스미스 마이크로소프트(MS) 사장은 12일 미 온라인 매체 세마포르(Semafor) 주최 행사에서 최근 수개월간 러시아 정보기관 등이 비디오게임 온라인 커뮤니티에 잠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MS 디지털 위협 분석팀이 이런 동향을 포착했다면서 "이건 (러 용병기업) 와그너그룹과 러시아 정보기관이다. 그들은 정보를 퍼뜨리는 장소로 이런 공간을 부분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마인크래프트 관련 디스코드 채널도 이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동맹국들마저 도·감청해왔다는 의혹에 휘말린 상황에서도 기존의 정보수집 관행에는 변함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동맹국 도·감청 의혹 관련 질문을 받고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것들은 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일부 정보를 보호하는 우리 능력에 명백히 구멍이 뚫린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번 사안을 그렇게 심각하게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의문의 진동소리…옛날 가방 속 휴대폰 공기계 적발된 수험생 | 연합뉴스
- 타이슨, '핵주먹' 대신 '핵따귀'…폴과 대결 앞두고 선제공격 | 연합뉴스
- 주행기어 상태서 하차하던 60대, 차 문에 끼여 숨져 | 연합뉴스
- YG 양현석, '고가시계 불법 반입' 부인 "국내에서 받아" | 연합뉴스
- 아파트 분리수거장서 초등학생 폭행한 고교생 3명 검거 | 연합뉴스
- [사람들] 흑백 열풍…"수백만원짜리 코스라니? 셰프들은 냉정해야" | 연합뉴스
- 전 연인과의 성관계 촬영물 지인에게 보낸 60대 법정구속 | 연합뉴스
- 머스크, '정부효율부' 구인 나서…"IQ 높고 주80시간+ 무보수" | 연합뉴스
- '해리스 지지' 美배우 롱고리아 "미국 무서운곳 될것…떠나겠다" | 연합뉴스
- [팩트체크] '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