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개인 돈벌이했나…칼 빼든 금감원

우연수 기자 2023. 4. 1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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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존리·강방천 이어 사익추구 행위 전수점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도 매지 말라"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펀드매니저들이 운용 펀드를 자기 돈벌이에 활용한 혐의가 있는지 금융감독원이 전수조사에 나섰다. 고객 자금을 굴리는 기관이 거대 자본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과도하게 사익을 추구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자산운용사 임직원을 비롯한 금융투자업자들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번 점검도 그 연장선 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은 부동산 관련 차명투자 혐의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대표와 강반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를 제재 조치한 바 있다.

수익률 高 부동산 개발형 펀드…운용역 개인 자금 투입 살핀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국내 모든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임원·펀드매니저의 개인 자금 투입 내역 등을 제출받았다.

금감원은 펀드 운용역들이 펀드에 본인 자금을 태웠거나 부동산 개발 펀드와 동일한 투자처에 투자하는 등 사익 추구를 의심할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집중 들여다볼 예정이다. 점검 결과 의심 정황이 드러날 경우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추가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기 자금 투자는 운용역들의 책임 투자 측면에서 권장되는 방법이기도 하나, 운용역들이 투자자들의 수익을 잠식하면서까지 자기 돈을 넣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펀드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부동산 펀드 성과가 높았던 만큼 일부 운용역들이 사익 추구 수단으로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은 개발 소식 등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해석 능력에서 차이가 심해, 운용역과 투자자 간 비대칭도 심한 영역이다.

업계에서는 자금을 모집해 건물을 짓고 매각 수익률을 공유하는 개발형 펀드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 수익률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펀드를 선순위와 후순위 구조로 나눠 투자자 돈을 선순위에, 자기 자금을 후순위에 넣는 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했을 가능성도 크다. 통상 선순위는 손실은 피하지만 고정수익만 가져가고, 나머지 이익은 후순위가 모두 취하는 형태로 설계된다.

존리·강방천 전 대표 제재 이어…"운용업계 사익추구 엄단"

업계에서는 이번 점검 내용이 지난해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와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역시 부동산 펀드 운용 과정에서의 이해충돌 및 사익추구가 문제가 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터질 일이 터졌다'란 반응과 '오랜 관행'이란 반응이 갈렸다. 그만큼 부동산 펀드와 관련해선 임직원들의 이해충돌 또는 부당한 사익추구 행위를 가르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방천 전 대표가 부동산 펀드와 관련한 이해충돌 건에서 제재를 받은 혐의는 '겸직 제한 위반' 사항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차명으로 주식거래를 했으면 임직원 자기매매에 걸리고, 부동산회사에 투자했으면 (관여 정도에 따라) 겸직금지에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나 은행 임직원은 고객 돈을 운용하는 랩(일임)·신탁에 자기 돈을 태우면 '임직원 자기매매'로 바로 법망에 걸린다. 이 밖의 방법인 차명투자는 발각되기가 쉬우며 제재 강도도 세다. 회삿돈을 굴리는 증권사 자기자본투자(PI) 업무 역시 고객 수탁을 받아 하는 부서와 서로 정보 교류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있어(차이니즈월) 운용사의 펀드와 달리 이해상충 위법 여부가 명확하고 발각이 쉽다는 게 업계와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증권사와 달리 운용업계에서는 펀드에 자기 돈을 태우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리인 문제를 줄이고 보다 책임있는 투자를 할 수 있단 점에서, 펀드매니저들의 자기 매매가 권장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사익추구 정황을 발견하기도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투자는 신고 대상도 아니다보니 존리·강방천 전 대표 때 역시 신고와 제보를 통해 인지 조사가 가능했다. 금감원은 우선 운용역과 임직원들이 펀드에 돈을 태웠는지부터 확인하고 있지만, 만일 펀드의 투자처와 따로 개인 법인의 투자처가 같아지는 경우 등 더 복잡한 상황에 대해선 인지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도 매지 말라"…이복현, '더 높은 윤리의식' 주문

그럼에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운용업계를 상대로 '사익추구 중점 점검'의 칼을 빼들었다. 그는 취임과 후부터 줄곧 운용업계에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운용사가 고객들의 막대한 투자자금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일을 맡고 있는 만큼 관련 정보 이용을 의심받을 만한 행위나 이해 상충 소지가 있는 행위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존리·강방천 전 대표의 차명투자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8월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옛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했다"며 직무 관련 정보 이용 등 이해 상충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행위는 애초에 단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금융투자업자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거라고 예고했기 때문에, 이번 자료 요청도 그 연장선 상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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