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접종 2세 이하 전수조사로 학대아동 찾는다…병원이 출생통보(종합)
입양 체계 기관 중심→국가 책임 전환…아동기본법 제정 추진
윤석열정부 아동정책 추진방안 확정…공적 지원 강화 초점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정부가 학대 위기 아동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보호하기 위해 필수 예방접종을 안했거나 의료기관 진료 기록이 없는 만 2세 이하 아동을 모두 조사한다.
출생 신고가 누락되는 '유령아동'이 없도록 의료기관이 출생을 각 시읍면에 통보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아동의 권리와 국가·사회 책임을 명시하는 아동기본법 제정도 추진된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아동정책 추진방안을 심의·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연이은 아동학대 사건부터 취약계층 아동 지원, 코로나19 이후 심화한 발달지연·정신건강 문제 등에 대응하는 내용이 종합적으로 담겼다.
만 2세 이하 사각지대 집중 발굴…'유령아동' 없게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
정부는 만 2세 이하 위기 아동을 집중 발굴하고 학대 피해 아동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최근 1년간 의료기관 진료를 하지 않은 만 2세 이하 아동 약 1만1천 명을 오는 17일부터 3개월 간 집중 전수 조사한다. 방문 조사를 실시해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에 신고하고 복지 서비스 지원을 연계할 계획이다.
만 2세 이하를 대상으로 집중 발굴에 나서는 이유는 끊이지 않는 아동 학대 사건 중에서도 특히 2세 이하의 학대 발견율이 낮고 사망 사건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본인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나이이고 어린이집 등에 다니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 2월에는 인천에서 2살 아들을 사흘간 집에 혼자 두고 외출해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 아이 역시 생후 4개월 이후 필수 예방접종을 1건도 받지 못했고 의료기관 진료 기록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력 문제도 개선해 올해 10월 시군구 아동학대 조사 및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사례관리 전담 기관으로 전환됨에 맞춰 대응 인력 전문성이 높아지도록 지원하고, 모든 시군구가 조사 인력을 2인 이상 확보하도록 한다.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 도입도 추진한다.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 출생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전산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시·읍·면장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것이고,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는 미등록 이주아동 등 국내에서 태어난 모든 외국인 아동에게 출생 등록번호를 부여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는 의료계의 행정부담과 시스템상 문제에 대한 책임 소재 등 때문에 의료계에서 반대가 있었으나 우려되는 내용을 보완하기로 정리가 됐다"며 "국회 계류 중인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위기 임산부가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도 보완적으로 도입하고, 보호자의 질병·장애, 조손가정 등의 사유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에 대해서는 실태 파악을 거쳐 복지서비스 욕구조사를 올해 중 실시한다.
보호대상 아동은 가정형 보호로 전환…입양, 기관 중심→국가 책임
취약계층 아동이 원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아동의 저축액에 대해 정부가 월 10만원 한도에서 두배 금액을 적립하는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학대 등의 이유로 보호 가정이나 기관에 위탁된 아동이 원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관계 개선·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학대 피해 아동이 다시 학대받는 일이 없도록 사례관리도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
보호대상 아동은 시설 중심에서 가정형 보호로 체계를 개선하기로 하고 올해 안에 '보호아동 가정형 거주로의 전환 로드맵'(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동 입양 체계도 현재 입양기관 중심에서 국가·지자체가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한다. 해외가 아닌 국내 입양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협약' 비준을 추진한다. 헤이그 입양협약은 아동매매 방지 및 아동인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국제법 체계로, 현재 108개국이 가입해 있다.
아동기본법 제정 추진…후견인 제도 개선
보호대상 아동 후견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그간 보호대상 아동의 부모가 사망했거나 장기간 소재 불명, 친권 제한 등으로 인해 법정대리인 동의가 필요한 입·퇴원 및 수술, 금융거래, 핸드폰 개통, 입학·전학 등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는 시군구청장이 적극적으로 보호대상 아동의 후견인 선임을 신청하도록 하고, 유기 아동은 별도 후견인이 선임되기 전까지 관할 시군구청장이 후견인으로 자동 지정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부모의 빚 상속, 정신장애 등으로 전문적 후견 수요가 있는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보호대상 아동 공공후견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군구청장이 '후견감독인'으로 선임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상 근거를 마련한다.
또 24개월 미만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을 0%로 낮추고,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생후 2년까지는 미숙아 및 선천성 이상아의 의료비를 지원한다.
코로나19 이후 아동 발달지연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영유아 발달지연 실태조사를 하고, 국가정신건강 실태조사는 대상을 만 18세 이상에서 만 6세 이상으로 확대해 실시하기로 했다.
만 2세 이전 모든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0%로 낮추고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도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하는 등의 건강관리·의료서비스 강화 내용도 담겼다.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유보통합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초등학교 수업 전후 돌봄·교육을 제공하는 늘봄학교와 학습부진 학생을 위한 두드림 학교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주요 정부위원회에 아동 의견을 제시할 위원 선임하는 등 아동의 정책 참여를 늘리고 아동 기본권과 국가·사회 책임을 명시하는 아동기본법 제정을 추진한다.
이기일 복지부 차관은 "미래세대에 대한 공정한 기회, 약자 복지 강화의 국정철학에 따라 향후 5년간 해야 할 아동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했다"며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로서, 추진 방안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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