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지근한 ‘제4 통신사’ 대신 알뜰폰 전면에… “중소 사업자 인수합병 적극 지원”
사업자 간 인수합병 활성화 방안 나올 듯
도매대가 의무 제도 등 다양한 지원 내용 논의
금융권 ‘메기’ 역할 기대, 중소 사업자 인수 가능성도
불량 알뜰폰 사업자 걸러내는 ‘옥석 가리기’ 빨라질 듯
정부가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을 전면에 내세웠다. 통신 3사의 과점 체제를 허물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제4 통신사 유치’ 등을 내세웠지만 미지근한 시장 반응에 알뜰폰을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의 주체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 간 인수합병(M&A)을 지원하는 등 알뜰폰 육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스스로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방안을 오는 6월 내에 내놓을 계획이다.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 3사의 서비스를 단순 재판매하는 기존의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덩치를 키워 새로운 경쟁의 주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매제공 의무 제도, 도매대가 산정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막바지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규제를 간접적으로 제안할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통신 3사 자회사의 점유율을 직접 규제하는 건 찬반 의견이 있는 만큼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별도로 지원하는 방안 등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통신망 사용료인 도매대가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업계 1위 사업자를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 매년 알뜰폰 사업자에 판매하는 통신망 사용료를 결정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도매제공 의무 제도라고 한다. 2010년 알뜰폰 도입 당시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를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다만 지난해 9월 일몰되면서 법적인 효력이 중단된 상태다.
◇ 알뜰폰 업계, 정부 움직임에 환영… 도매대가 제고 개선 먼저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중소 알뜰폰 사업자 육성 움직임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 간 인수합병이 활발해질 경우 알뜰폰의 단점으로 꼽히는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등록된 알뜰폰 사업자 70여개 중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곳은 40여개로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이 다단계 업체, 대부업, 환전소 등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이런 업체들이 중소 알뜰폰 사업자 간 인수합병으로 정리될 경우 알뜰폰에 대한 인식과 서비스 품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화를 제도적으로 구축해야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안정적으로 육성하고 원활한 인수합병이 가능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결국은 도매대가 제도 개선 등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먼저 나와야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공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라고 했다.
별다른 투자 없이 수익을 내고 있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는 굳이 인수합병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정부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품질 가이드라인과 개인정보 유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제재로 불량 업체를 걸러야 정부가 추진 중인 알뜰폰 사업자 간 인수합병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 금융권 알뜰폰 사업 본격 진출… 인수합병 속도 붙을 듯
은행 등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금융사들의 중소 알뜰폰 사업자 인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탄탄한 자금력과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서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금융사들의 중소 알뜰폰 사업자 인수를 반기는 목소리도 있다. 알뜰폰 사업자 간 ‘공짜 요금제’ 경쟁까지 시작된 상황에서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을 기회로 불량 알뜰폰 사업자를 걸러내는 ‘옥석 가리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다.
당장 알뜰폰 업계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경계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 질서를 파괴할 경우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전날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건전성 훼손,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시장 운영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 통신사 유치를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제4 통신사에 지원하는 사업자도 없을뿐더러 제4 통신사가 나와도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해외 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의 지분을 최대 49%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정부는 해외 사업자를 앞세워 국내 통신 시장 과점 체제를 허물고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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