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처럼 꾸민 곳에서 1년간 거주한다

NASA, 6월부터 과학자 4명 '마스 듄 알파'서 거주 실험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지난해 4월 예제로 분화구 내부를 촬영한 모습. 예제로 분화구는 과거 물이 흘렀던 흔적이 있어 생명체의 단서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오는 6월부터 화성 주거 환경을 본뜬 공간에서 4명의 과학자들이 1년간 거주하는 실험에 나선다. 지구인의 화성 생존기를 다룬 영화 '마션'처럼 과학자들은 실내 온실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식량작물을 재배하고 실험을 수행하며 화성에서의 1년이 신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게 목표다.

NASA는 1년간 화성 거주 체험을 진행할 미국 텍사스 휴스턴 소재 존슨우주센터 내 3D 프린팅 기술로 설계된 가상 화성 주거 환경인 158㎡ 규모 '마스 듄 알파'(Mars Dune Alpha)' 내부를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NASA는 마스 듄 알파에 들어갈 4명의 참가자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우주비행사와 비슷한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전문가들로 실험에 적합한 신체적, 심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거주할 마스 듄 알파는 시멘트, 골재, 물, 용암석을 혼합해 만든 콘크리트의 한 종류인 '라바크리트'를 주재료로 한 3D 프린팅 기술로 지어졌다. 4개의 개인 숙소, 샤워실·화장실이 있는 공용 욕실, 전용 업무 공간, 의료실, 라운지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참가자들은 실내 온실에서 토마토와 잎채소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식량작물을 재배해 미래 화성에서 재배될 농작물의 품질과 효능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들이 버린 쓰레기는 NASA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 분석된다.

참가자들은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해 모래와 화성 풍경으로 채워진 풍선으로 들어가 화성 표면을 횡단하는 훈련도 받게 된다. NASA는 가상 현실 기술과 트레드밀을 사용해 실제 우주비행사처럼 몇 시간 동안 하이킹을 하며 화성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자원을 수집하는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암석을 식별하고 사진을 찍고 샘플을 가져오는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화성에 다른 구조물을 건설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다. 구조물을 유지 보수하거나 거주지의 야외 태양 전지판에서 모래를 털어내는 작업도 임무에 포함된다.

NASA는 데이터 수집 외에도 참가자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징후가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고립뿐 아니라 자원 제한, 장비 고장 및 과중한 작업량과 같은 추가 스트레스 요인을 적용해 가능한 한 화성처럼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행동 건강 및 성능연구소를 이끄는 수잔 벨 박사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장기간의 고립과 감금 등 극단적인 상황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며 "실제 화성에 사람을 보내기 전에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원할 경우 실험을 포기할 수 있으며 NASA는 만일을 대비해 두 명의 대체 인원도 선정해 뒀다고 밝혔다. 

[윤영혜 기자 yy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