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팹리스 키우자...삼성, 파운드리 MPW 지원 강화
(지디넷코리아=이나리 기자)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가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파운드리와 팹리스 성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강국 도약을 목표로 합니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에서 70%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2~3% 점유율로 미비한 수준입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가 매우 큽니다. 따라서 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현황을 점검하고 우리 반도체 산업이 나아갈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국내 스타 팹리스 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와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파운드리 업체가 발 벗고 나섰다. 국내 중소·스타트업 팹리스 업체를 대상으로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늘려 칩 제작 및 개발 비용 부담을 줄여 준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팹리스 업체는 신제품 출시를 앞당길 수 있게 된다.
MPW 서비스는 한 장의 웨이퍼에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를 찍어 만드는 것을 말한다. 팹리스 업체는 반도체를 출시하기에 앞서 파운드리(생산라인)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MPW 과정을 거친다. 그 다음 고객사에 첫 공급을 하고, 주문받은 후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 파운드리 업체의 MPW 서비스 할당이 많을수록 팹리스 기업들이 시제품을 생산할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다. 파운드리 업체 또한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MPW 서비스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파운드리 업체 입장에서는 고객사로부터 양산라인을 대량 주문 받아 한 장의 웨이퍼에 같은 칩을 찍어내는 것이 MPW 보다 수익성 측면에서 더 좋다. 따라서 파운드리 업체가 MPW 할당량을 늘린다는 것은 수익의 일부를 포기하고, 생산라인을 팹리스 기업의 시제품 제작에 개방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DB하이텍·키파운드리, MPW 지원 강화
삼성전자는 지난달 국내 팹리스 기업에게 MWP 지원을 올해부터 10년간 5천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향후 MPW 서비스(셔틀) 수를 늘리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4나노미터(nm) 선단 공정에서도 MPW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MPW 서비스를 총 29회(8인치 12회, 12인치 17회) 제공하며 전년 보다 6회 늘렸다. 작년에는 MPW 서비스를 23회(8인치 10회, 12인치 13회) 지원하며 2021년 37회(8인치 19회, 12인치 18회) 보다 14회 줄인 바 있다. 2021년부터 파운드리 공급부족(숏티지)이 심화되면서 대형 고객사의 대량 주문을 우선순위로 웨이퍼를 할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MPW 지원 축소는 전세계 파운드리 업계의 공통된 상황이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스타트업 육성 차원에서 일부 업체에 5나노 선단공정을 제공해주고 있다"며 "MPW 서비스를 늘린다는 것은 팹리스의 시제품 생산을 지원해 성장을 돕겠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DB하이텍과 키파운드리도 MPW 서비스를 확대한다. DB하이텍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10~11위에 해당된다. 키파운드리는 SK하이닉스의 자회사다. SK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기 위해 2021년 10월 매그너스반도체유한회사로부터 키파운드리를 인수했다.
DB하이텍은 올해 MPW 서비스를 총 26회 제공한다. 2021년 대비 약 5회가 늘어난 셈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최근 3년간 MPW 서비스 제공 수를 늘려 연평균 20회 후반으로 제공하려고 한다"라며 "국내 팹리스 기업에게 시제품 제작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파운드리는 올해 MPW 서비스를 총 7회 제공한다. 키파운드리는 작년에는 MPW 프로그램이 없었고, 앞서 재작년(2021년)에는 5회를 제공했다. 키파운드리 관계자는 "매년 MPW를 제공하다가 작년에는 반도체 숏티지 영향으로 캐파가 부족할 것으로 염려돼 MPW 할당을 못했었다"라며 "올해 다시 7회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매출 1조원 팹리스 10개 육성 목표"
정부도 팹리스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MPW 보조금 지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이행전략'을 발표하면서 유망 팹리스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을 늘린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매출 1조원을 내는 팹리스 10개 업체를 2035년까지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산업부는 팹리스 비용 부담이 높은 첨단 공정 시제품 제작 시 기존 일반 공정대비 2배 수준으로 MPW를 지원할 계획이다. 작년에 일반공정에 8건을 지원했다면 올해는 일반공정 5건에 첨단공정 6건을 지원한다. 첨단공정 지원은 과제당 약 9억원에 달한다. 첨단 공정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지원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삼성전자와 '팹리스-파운드리 상생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후 7월에는 '팹리스 챌린지 대회'에서 총 5개 팹리스 기업을 선발해 MPW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MPW를 지원하고, 중기부가 기업당 1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또 파운드리와 장비업체 연구시설에 소부장 개발품의 성능 테스트를 실시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팹리스 뿐 아니라, 소재, 장비도 포함된다. 양산 테스트를 지원하는 연구시설은 기존 17곳이었지만, 작년 10월 기준으로 32곳으로 확대됐고, 올해 말까지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국내 팹리스 업체 대표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팹리스를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보이고 있고, 삼성 파운드리도 적극적으로 국내 팹리스를 육성하려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라며 "이런 지원은 개발 비용 부담이 줄고, 시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팹리스 업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이나리 기자(narilee@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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