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상임고문"이라던 홍준표…'해촉'으로 응수한 김기현

유승목 기자 2023. 4. 1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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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 홍준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후보자 출정식에서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자에게 공천장을 수여 후 손을 맞잡아 들고 있다. 2018.4.12/뉴스1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거기에 더 전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나는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 고문입니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지요."(홍준표 대구시장)

"상임고문은 현직 정치인이나 지자체장 활동하는 분이 안 계신 것이 관례입니다. 이에 맞춰 정상화시킨 겁니다."(김기현 대표)
"그런다고 입막음 되는 게 아닙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겁니다."(홍준표 시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홍 시장이 관례 상 은퇴한 원로를 예우하는 자리인 상임고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명분에서다. 실제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논란이 당 내홍으로까지 번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협의 후 홍 시장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촉 배경을 묻는 질문에 "우리(당)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 활동하거나 지자체장 활동하거나 이런 분이 안 계신 것이 관례"라며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 홍 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당내 인사가 한 둘이 아닌데 그들도 모두 징계 하시는 게 어떻겠느냐"라며 "강단있게 당대표 하라고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나한테만 강단있게 한다"라고 적었다.

홍 시장은 김 대표의 설명대로 이날 기준 32명인 국민의힘 상임고문 중 유일하게 현역으로 활동하는 정치인이다. 지난해 10월 비상대책위원회 지도부 체제에서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당시 비대위 지도부가 대구시장직을 맡고 있지만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를 2번 역임한 홍 시장의 풍부한 경험이 조속한 당의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면서다.

이에 대해 홍 시장은 당시 "상임고문은 정당의 원로 중 현역을 떠났거나 특별한 경우 위촉되는 자리"라며 "당이 처한 어려움과 지방자치단체장이란 특수성 때문에 수락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를 돕고 당이 재정비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지자체장으로 중앙정계와 거리감이 생긴 점에서 상임고문을 수락한 것이다. 홍 시장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면 중앙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면서 "상임고문이 되면 그런 시비없이 중앙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당 대표가 당 원로, 사회지도급 인사 중에서 최고위 협의를 거쳐 위촉하는 상임고문은 △당무에 관한 당 대표에 대한 자문 △주요 현안에 관한 여론전달 및 의견개진 역할을 맡는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3.

이에 따라 홍 시장은 지난 6개월 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 왔다. 최근 "전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 했다"고 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돌아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200석을 서포트(지원)하는 게 한국교회의 목표"라고 한 전광훈 목사의 논란성 발언에 대한 비판이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이 과정에서 전 목사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홍 시장이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와 전 목사와의 절연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의 리더십까지 비판하며 불편한 관계가 형성됐단 분석이다. 김 대표가 지난 1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밝혔지만, 다음날 홍 시장이 아랑곳하지 않고 "말 몇 마디로 흐지부지 하지 마시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고 비판을 거듭하면서 김 대표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이 답보하는 상황에서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 전날 전국 시·도당위원장을 소집해 구설수 주의령을 내렸고 당내 4·5선 중진의원들과의 연석회의도 부활시켜 당의 중심을 잡아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입조심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상임고문으로서 중앙정치에 관여할 자격이 있다는 홍 시장에게 상임고문 해촉으로 자중하란 경고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가 강조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김기현 대표의 연포탕은 연대포기탕인가"라며 "쓴소리하는 사람은 다 쳐내고 아부하는 사람들과만 연대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소셜미디어에 "막말은 괜찮지만 쓴소리는 못참나"라고 적었다.

한편 홍 시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한 달에 책임당원비를 50만원씩 내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 개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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