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포문 연 제일약품…다음은 '항암 신약'

안정준 기자 2023. 4. 1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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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약품의 신약투자가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자회사를 통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신약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제 '신약의 꽃'으로 통하는 항암제 영역에서도 임상에 속도를 낸다. 영업력을 바탕으로 매출 외형 성장에 주력하던 5년 전만 해도 예상하기 힘들던 신약 성과다. 회사 체질 개선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끌어올린 결과다. 오너 3세 한상철 제일파마홀딩스 사장의 강한 투자 의지가 뒷심이라는 말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제일약품의 지난해 R&D 투자비는 490억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6.8%로 2017년 6월 기업분할 후 가장 높은 수치다.

2018~2020년 3년간 제일약품의 R&D 투자는 200억원대에 머물렀다. 매출 대비 투자비중도 3.5%를 넘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2021년 투자비가 39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500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R&D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2021년, 제일약품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의 대표 한 사장은 연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100년 기업의 기틀을 다지며 미래를 준비하고자 한다"며 신약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2020년 제일약품이 출자해 만든 신약개발 전문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신약개발 투자금 확보 및 원활한 글로벌 임상 진출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글로벌에서 통하는 혁신신약 허가 및 출시를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실제로 R&D 투자가 빠른 속도로 늘었다. 영업력을 바탕으로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며 매출 외형성장에 주력한 기존 사업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 영업력을 통한 성장 전략으로 2010년 4000억원대 였던 매출은 7000억원대 까지 성장했지만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당장 성과를 내기 힘든 R&D에 투자를 전폭적으로 늘리며 회사 체질을 개선한 것은 오너 의지라는게 회사 안팎의 중론이다. 1976년생인 한 사장은 제일약품 창업주 고(故) 한원석 회장 손자이자 한승수 회장의 장남이다. 연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로체스터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액센츄어(구 앤더슨컨설팅)와 IBM에 근무한뒤 2006년 제일약품 항암사업부에 부장으로 입사해 마케팅 전무와 경영기획실 전무를 거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린 시절부터 해외에서 공부하며 글로벌 감각과 인맥을 형성한 제약업계 오너 2~3세들이 회사 체질개선에 나선 상황"이라며 "제일약품에도 이 같은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R&D 투자 확대는 올해 첫 성과를 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최근 중국 상장 제약사인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과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자스타프라잔'의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해 총 1억2750만달러(한화 약16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200억원을 우선 지급받게 됐고 개발과 허가,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으로 최대 1450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자스타프라잔은 내년 국내 출시도 예상된다.

다음 R&D 성과는 항암 신약 영역에서 나올 전망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이중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네수파립'을 개발 중이다. 네수파립은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중이며, 지난해부터 췌장암에 대해서도 임상 1상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파프(PARP)와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 기전을 가진 신약 후보물질로 1세대 파프 억제제로 치료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인 신약 개발에 대한 한 사장의 의지가 강하며 신약개발 전략을 이끌고 있다"며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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