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ATM으로 점포 대체 못 한다···공동점포 등 설치해야
은행이 직원이 상주하는 지점을 폐쇄하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대신했던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은행은 지점을 폐쇄할 때 다른 은행과의 공동점포나 소규모점포 등을 설치해야만 한다. 은행이 점포를 닫기 전에 하는 사전영향평가도 폐쇄 결정을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제5차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800개로 10년 전(7673개)보다 24%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300개 안팎의 지점이 사라졌다.
이에 은행 점포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이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0대 이상 금융소비자는 2명 중 1명 이상(53.8%)이 은행 점포를 이용하고 있다. 전 연령층의 평균 점포이용률(25.3%)의 2배가 넘는다.
앞으로는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려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내점고객 수, 고령층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규모·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 제휴, 이동점포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폐쇄 점포의 대체 수단으로 내세웠던 ATM은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영상통화나 신분증스캔으로 본인인증을 한 후 예·적금 신규 가입, 카드 발급 등을 할 수 있는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하되 안내직원을 두거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사용법 교육을 해야 한다.
은행은 일정 기간 예금·대출 금리 우대 적용, 모바일·인터넷뱅킹과 키오스크 사용법 교육 등 폐쇄 점포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사전영향평가는 점포를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달라진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처럼 이용 고객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추가된다. 평가에 참여하는 외부전문가는 1명에서 2명으로 늘고 이 중 한 명은 지역인사여야 한다. 평가 항목 중 은행의 수익성 내용은 빠지고 금융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관련한 내용은 지금보다 비중이 커진다.
은행의 점포 폐쇄 공시 주기도 연 1회에서 분기별 1회로 늘어난다. 은행연합회는 은행 간 점포 신설과 폐쇄 현황을 비교 공시하고 폐쇄 사유를 공시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 1일부터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시행하고 경영공시는 올 2분기 중 실시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이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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