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만 팔라는 美…'이참에 배터리 직접 만들까' 車업계 고민
배터리 수급 해결 위해 외주 대신 내재화 가능성…배터리업계선 "기술 장벽" 비관적
(서울=뉴스1) 이동희 한재준 기자 = 미국 정부가 2032년까지 자국 시장 신차 판매량 67%를 전기차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완성차업계의 배터리 수급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배터리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해 대응하는 게 최선이지만, 일각에서는 배터리 가격 하락 등이 본격화하면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하는 '내재화'를 검토하는 완성차업체도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배터리업계서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완성차 업계의 내재화 확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美시장, 2032년 신차 67% 전기차 판매…완성차업계, 대응 속도↑
13일 완성차 및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2일(현지시간) 승용차와 트럭 등 차량 배출가스 규제 강화안을 공개했다.
강화안은 2027년식~2032년식 신차의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 허용량을 연평균 13%씩 감축시키도록 했다. 초안을 공개한 EPA는 60일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결국 강화안은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를 팔라는 요구다. EPA는 규제 강화안으로 2032년 신차 판매량의 67%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미국 승용차 시장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5.8%에 불과하다. 강화된 배출 기준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완성차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 국내 업체인 현대차(005380)·기아(000270)의 지난해 미국 내 차량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3.9%다. 2030년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58%, 47% 목표를 세웠으나 새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판매를 더 공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순수 전동화 전환은 가야 할 길"이라며 "이번 EPA 발표로 전동화 전환 속도를 더 빠르게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새 기준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공통된 숙제"라며 "브랜드별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그리고 전기차 등 판매 믹스 고민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강화된 배출기준으로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여부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곳은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정도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이전에는 업계에서 내재화가 주요 현안이었으나, 현재는 배터리업계와 협업으로 굳어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배터리 셀 연구는 가능하지만 생산은 배터리업체가 맡을 것"이라며 내재화에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현대차에서 배터리 개발을 담당하는 류경한 팀장은 이날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에서 "현대차의 배터리 개발 핵심은 배터리 패키지 효율화 등 시스템"이라며 "차세대 배터리는 직접 뛰어들 수 있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저희가 뛰어들면 생태계 교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PA 새 기준에 배터리 내재화 다시 주목받을 것"
기술적 한계 등 현실적인 여건으로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가 어렵지만, 일각에서는 EPA 새 기준으로 완성차업계가 전략 수정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안정적인 배터리 수급을 위해서는 배터리 셀 생산업체들에게 외주를 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032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을 1235만대로 추정하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현재보다 약 14배 더 필요할 것으로 봤다. SNE리서치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올해 687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 5256GWh로 8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가격 안정화도 내재화에 변수로 꼽힌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가격이 높지만 최근 배터리 광물 가격이 하락하고 2025년 이후 배터리 공급이 급격히 증가해 배터리 원가도 낮아질 전망이다. 완성차업계는 2030년 전기차 배터리 원가는 현재의 4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25년쯤이면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배터리 가격도 지금보다는 떨어질 것"이라며 "자동차 회사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내재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기술적 한계로 車업계 배터리 내재화 어려울 것"
반면 배터리업계는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는 근본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특성상 안정적인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검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점차 사라지는 이유가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완성차업계가 배터리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배터리업계에 손을 내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로 시작한 테슬라는 공존이 가능하나, 테슬라도 결국 자체적으로 소화하는 데 한계가 있어 LG에너지솔루션(373220), 파나소닉, CATL 등에 손을 벌리고 있다"며 "내연기관 중심의 완성차 기업은 내재화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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