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6위 코인 ‘트론’, 루나 사태에도 살아남았는데 상장 폐지
트론, 전체 가상화폐 중 시총 16위 대형 코인
퇴출되면 후폭풍 불가피…국내 상폐 가능성도
시가 총액 16위의 대형 가상화폐 트론이 바이낸스의 미국 법인으로부터 상장 폐지를 당하며 중대 위기를 맞았다. 트론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루나 코인과 비슷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지난해 루나 대폭락 사태 때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번엔 바이낸스가 트론에 대한 거래 지원을 종료할 방침을 밝히자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국내 거래소도 바이낸스 결정에 따라 트론에 투자 유의 종목 지정 등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각) 바이낸스US는 트론(TRX) 코인에 대한 거래 지원을 오는 18일부터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낸스US는 트론 지원 종료에 대해 ▲디지털 자산 토큰의 위험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암호 생태계에 대한 기여 ▲거래량과 유통성 등 기준을 두고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론은 중국계 가상자산거래소 후오비의 고문이었던 저스틴 선이 만든 코인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트론의 시가 총액은 59억441만달러(7조8174억원) 정도로 전체 코인 시가 총액 중 16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저스틴 선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발행한 테라, 루나와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USDD를 만들기도 했다. 대개 스테이블 코인은 1개의 코인당 1개의 달러의 가치를 연동한 가상화폐를 일컫는다. 보통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를 담보하기 위해 달러와 같은 실물 자산을 구비해두는 경우가 많으나, USDD는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를 유지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5월 루나 대폭락 사태가 발생하자 트론도 함께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었다. USDD와 트론은 루나·테라 코인과 비슷한 방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USDD는 알고리즘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데 그 과정에서 트론 코인이 사용된다. 마치 테라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루나를 이용한 것과 유사하다. 업계에서는 루나와 구조적 연관성 때문에 루나 사태가 터지자 트론 역시 붕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트론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거래되고 있다. 현재 트론 거래가 가능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이 있다.
트론은 지난 12일 0.066달러 정도에 거래됐으나, 바이낸스US가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히면서 6% 넘게 떨어졌었다. 현재는 0.065달러에 거래되며 어느 정도 회복됐으나, 추후 다른 거래소가 바이낸스와 같이 거래 지원 종료에 나서면 다시 한번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만큼 트론에 대한 제재에 나선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상장 폐지 사유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으나, 최악의 경우 다른 거래소들 역시 트론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업계는 바이낸스US가 트론 제제에 나서는 이유로 미국 규제 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바이낸스US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으로부터 이중장부, 사기 혐의로 기소 받았는데, 트론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SEC는 트론 창립자 저스틴 선에게 미등록 증권 판매, 시장 조작 등의 혐의가 있다며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슷한 궁지에 몰린 바이낸스US 입장으로서는 트론과의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제외한 가상화폐) 중 대장 격인 트론이 위기를 맞자 다른 알트코인 역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앱토스는 하루 만에 3.59% 떨어진 11.37달러에, 스팀도 2.90% 빠진 0.21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스택스는 0.888달러로 8.34%나 가치가 하락했다.
바이낸스가 트론 제재에 힘을 실으면서 국내에서도 트론이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포함된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가 투자 유의 종목 지정 등 트론 규제에 나선다면 해외 코인으로서는 제재를 받는 첫 사례가 된다. DAXA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장 및 폐지 결정 여부는 각 거래소 판단 기준에 따라 이뤄진다”며 “현재로서는 트론 규제에 대해 할 말은 특별히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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