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할바엔 ETF”… 공모펀드 외면하는 투자자들

오귀환 기자 2023. 4. 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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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가 활성화되면서 공모펀드는 갈수록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ETF 시장 규모가 80조원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공모펀드 규모는 100조원을 밑돌며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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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직전 대비 반 토막
펀드 시장 신뢰 추락에 ETF 급부상
서유석 금투협회장 “공모펀드 ETF 전환 추진”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성화되면서 공모펀드는 갈수록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ETF 시장 규모가 80조원까지 상승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반면, 공모펀드 규모는 100조원을 밑돌며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공모펀드의 ETF화를 통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입장을 냈다.

공모펀드는 누구나 투자 가능한 펀드다. 펀드란 뭉칫돈을 의미하는데 주식 투자를 위해 모인 돈이면 주식형 펀드, 채권 투자를 위해 모인 돈이면 채권형 펀드로 이해하면 쉽다.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운용하고, 은행이나 증권사가 펀드를 판매한다. 펀드매니저가 일반 투자자 대신 투자한다. 일반 투자자는 직접 투자의 수고를 덜고,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수수료를 내고 펀드를 산다.

그래픽=정서희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72조47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77조5009억원)보다 6.49% 떨어졌다. 미래에셋이 몰고 온 펀드 광풍 직후인 2008년 말(130조6708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44.53%) 쪼그라들었다.

공모펀드 내리막은 2008년 금융위기부터 시작됐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국내외 증시가 모두 폭락했고, 전문가라 불리던 펀드매니저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높은 수익률을 내준다던 펀드가 오히려 손해를 입히자 투자자들은 펀드 시장을 떠났다.

여기에 파생결합펀드(DLF)나 옵티머스·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투자자 피해가 커지며 펀드 시장에 대한 신뢰도마저 추락했다. 이후 투자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이 강화되면서 펀드 판매 시장은 더욱 입지를 잃어갔다.

반면 공모펀드의 강력한 경쟁자인 ETF는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ETF는 펀드를 구성한 뒤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예컨대 자산운용사가 국내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을 재량에 따라 담은 펀드를 만들고 ‘2차전지 ETF’라고 내놓는 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 총액은 78조5116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체 상장 종목 수도 666개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이 공모펀드가 아닌 ETF를 선택하는 이유는 비용과 효율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된다. 공모펀드는 운용보수로 인한 비용 부담과 더불어 환금성이 떨어진다. 또 펀드를 통해 손해를 봐도 운용사가 수수료를 가져가 투자자자 불만이 컸다. ETF는 매매가 간편하고, 수수료 역시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공모펀드는 운용사와 판매사(은행·증권·보험사), 신탁사, 사무 수탁사 네 주체가 관여기 때문에 수수료가 ETF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공모펀드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공모펀드의 ETF 전환을 제안했다. 공모펀드 여러 개를 묶어 ETF처럼 주식 시장에 상장시키자는 것이다. 예컨대 ETF 안에 기존 공모펀드가 담겨 재간접으로 운용되는 방식이다. 전환된 ETF로 모인 자금은 각 운용사 펀드로 흘러간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새 자금이 공급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다른 운용사와 협력도 가능한 만큼 경쟁력 있는 공모펀드를 묶어 ETF라는 편안한 도구로 제공하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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