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제재, IT 업계 시장지배력 남용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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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 부당 계약을 강요한 특허 라이선스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경쟁 모뎀 칩 업체 요청에도 퀄컴이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제공을 제한한 것과, 칩 공급을 볼모로 프랜드(FRAND) 확약을 우회한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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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에 부당 계약을 강요한 특허 라이선스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퀄컴과 같은 해외 시스템 반도체를 기반으로 완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휘둘리는 게 적지 않았는데,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퀄컴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 1조311억원에 대해 처분이 적법하다며 공정위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 과징금 사상 최대다. 경쟁 모뎀 칩 업체 요청에도 퀄컴이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 라이선스 제공을 제한한 것과, 칩 공급을 볼모로 프랜드(FRAND) 확약을 우회한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산업계 기술 특허 라이선싱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SEP는 각종 스마트 기기를 개발할 때 없어선 안될 필수 특허다. SEP 보유자가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SEP 라이선스를 주지 않으면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FRAND 확약은 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특허 이용을 원하는 자에게 차별 없이 공정하게 라이선스를 제공하겠다고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판결은 FRAND 확약에 특허 라이선스 제공에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동안 국내 IT 업계에서는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불공정 계약을 요구하는 관행이 적지 않았다. 무리한 장기계약이나 부당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사실상 독점인 특정 칩을 공급받지 못하면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칩을 주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지도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급사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해외에 미칠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다수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퀄컴에 맞선 쪽은 인텔과 미디어텍, 삼성전자와 애플 등으로 모두 유수의 칩 제조사와 스마트폰 제조사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퀄컴의 불공정 거래에 반발하며 공정위에 힘을 실어줬고 애플과 미디어텍도 의견 자료를 통해 피해 사실을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우리 경쟁 당국의 규제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간 대리전 성격도 띠었다.
통신칩 시장을 놓고 시장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퀄컴 특허 전략에 제동이 걸린 만큼 미디어텍이나 애플 등이 퀄컴의 빈자리를 파고들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한 데 이어 통신칩도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다.
또 경쟁사의 불공정 거래 요소를 찾아 신고하고 제재하려는 견제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인텔(2008년), 퀄컴(2009년), 브로드컴(심의 중) 등을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제재를 한 바 있다. 모두 경쟁사 신고로 공정위가 개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향후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해외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제재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퀄컴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내 파트너와 비즈니스 관계가 지속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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