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밀문서 유포자, 군사기지서 일하는 20대···유출 문건 300장”

선명수 기자 2023. 4. 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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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최초 유포지’ 채팅방 회원 인터뷰
리더 격인 닉네임 ‘OG’, 작년부터 유출
유출, 당초 알려진 100장 아닌 300장
회원들에게 정보력 ‘과시 목적’ 추정
최근 온라인에 대거 유출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 중 일부. 트위터

최근 온라인에 대거 유포된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의 최초 유포자는 군사기지에서 일하는 20대 초·중반 남성이며, 그가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의 한 소규모 채팅방에 올린 기밀문서는 당초 알려진 100여장이 아니라 최소 300장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밀문서의 최초 유포지로 지목된 디스코드 채팅방 ‘터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 회원 2명과 인터뷰해 이 방의 리더 격인 닉네임 ‘OG’가 지난해부터 채팅방에 기밀문서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20년 개설된 이 채팅방은 초대를 받아야만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그룹으로, 10대 청소년들을 포함해 24명이 참여하는 소규모 모임이었다. WP와 인터뷰한 이 모임 회원들에 따르면 OG는 총기 애호가로 4년 전쯤부터 디스코드에 군사 및 무기와 관련한 채팅방을 개설했으며, ‘터크 셰이커 센트럴’도 그가 만든 채팅방 가운데 하나였다.

OG는 지난해 이 채팅방에 전문 군사용어 등이 포함된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고, 여기에 회원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기밀 문서를 채팅방에 올리는 데 몇시간 동안 고생했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지난해 말부터 텍스트를 일일이 타이핑해서 올리는 수작업이 아니라 아예 기밀문서를 통째로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가 올린 기밀문서 중에는 우크라이나 전황과 관련한 자세한 도표와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그린 도표, 외국과 공유하지 않는 매우 민감한 기밀이라는 뜻인 ‘NOFORN’이란 표식도 있었다.

OG는 채팅방 회원들에게 자신이 일하는 군사기지에서 문건들을 집으로 가져 왔으며, 일터에서는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의 사용이 금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보관된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시설에서 하루 일과 중 일부를 보낸다”면서 텍스트 문서 일부는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채팅방 회원은 “과시적이었지만 그는 우리에게 정보를 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OG는 10대 회원들에게 매우 카리스마 넘치는 모임의 ‘리더’였으며, 그의 허세와 총기술에 많은 회원들이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 회원은 그에게서 ‘아버지’ 내지 ‘삼촌’과 같은 친밀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WP “채팅방에 올라온 기밀문서 300장 추가 확인”

WP는 인터뷰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기밀문서 사진 약 300장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유출된 문서가 당초 알려진 100여장의 3배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WP는 인터뷰에 응한 회원들이 OG의 실명과 사는 지역을 알고 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의 신원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OG가 라이플 총을 들고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 욕설을 내뱉으며 사격하는 동영상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한 채팅방 회원은 “OG는 똑똑한 사람이고, 우발적인 유출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OG의 문서 유출이 ‘내부 고발’ 목적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OG가 미국 정부에 적대적이지 않았으며, 특정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OG가 문서를 게시한 채팅방은 ‘곰 대 돼지(bear vs pig)’라고 불렸는데,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조롱 섞인 표현이며 이 채팅방 회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특정 국가의 편을 들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WP는 보도했다.

이 채팅방 회원은 기밀문서를 통해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선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의 1급 기밀문서들이 이 채팅방 회원들에게 자기 과시용 놀잇거리처럼 소비됐다는 얘기다.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한동안 채팅방 안에서만 공유되던 기밀문서들은 지난 2월28일 ‘루카(Lucca)’라는 닉네임의 10대 이용자가 107개의 문서 사진을 다른 채팅방에 퍼나르면서 외부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기밀문서들은 3월4일 디스코드 내 온라인게임 ‘마인크래프트’ 채팅방에 업로드된 데 이어 극우성향 익명 게시판인 ‘포첸(4chan)’과 트위터·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채팅방 회원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주 문서 유출을 처음 보도하며 미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는 등 파장이 확산될 무렵에도 OG와 연락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는 “OG가 매우 혼란스러워 보였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며 “꽤 정신이 나가 있었다”고 전했다. OG는 회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에서 자신이 채팅방에서 공유한 문서의 사본 등 모든 정보를 삭제하라고 말했다.

WP는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 회원이 OG가 곧 체포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그가 기소돼 법적인 절차를 밟는 대신 암살되거나 관타나모 수용소 등에 수감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채팅방 회원의 증언 내용을 음성 변조 없이 그대로 공개했다. 신문은 미성년자인 회원의 부모로부터 인터뷰와 녹음에 대한 동의를 받았고, 인터뷰 당사자가 음성 변조를 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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