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삼성에 남용"…퀄컴, 공정위 과징금 '1兆 폭탄' 확정에 '휘청'
퀄컴, 2017년에 과징금 모두 납부…"법원 판단 존중, 韓 파트너들과 발전해 나갈 것"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칩셋 기업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모바일 제조사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된 1조원대 과징금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이 퀄컴의 '특허 갑질'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퀄컴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한편, 국내 파트너들과 상호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13일 공정위와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외 2개 계열회사(통칭 퀄컴)가 제기한 상고심에서 양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공정위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는 공정위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과징금은 약 1조311억원으로, 공정위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공정위가 단일 사건에 대해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공정위 출범 이래 현재까지 전무후무하다.
퀄컴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AP) '스냅드래곤'의 제조사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에 있는 본사 퀄컴 인코포레이티드는 특허권 사업을, 나머지 2개 사는 이동통신용 모뎀칩세트 사업을 하고 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이들 3개 회사에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이 모뎀칩세트 공급과 특허권을 연계해 기업들에 이른바 '갑질'을 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고 판단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휴대전화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보유하고 있다. 또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프랜드(FRAND) 확약'을 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 받았다. 프랜드 의무는 표준필수특허(SEP) 보유자가 특허 이용자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퀄컴은 삼성·인텔 등 칩세트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특허권 사용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퀄컴이 칩세트를 공급 받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에도 특허권 계약을 함께 맺도록 강제했고, 이를 통해 칩세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특허권 계약도 일방적인 조건으로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특허권을 넘겨받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결론짓고 퀄컴에 철퇴를 가했다. 퀄컴은 일단 공정위 처분을 받은 후 3개월 안에 과징금을 모두 납부했으나, 이에 반발해 이듬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원심)은 지난 2019년 공정위 시정명령 10건 중 8건이 적법하고 과징금도 정당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원심 재판부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칩세트사에 타당성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거래상 우위를 남용해 휴대전화 제조사에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고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점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휴대전화 제조사에 끼워팔기식 계약을 요구하거나 실시료 등을 받은 부분은 불이익한 거래를 강제하거나 경쟁을 제한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후 퀄컴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번에 처분을 그대로 확정했다. 공정위가 관련 혐의를 인지해 조사에 본격 착수한 지 약 8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와 불이익 강제 행위 등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어렵게 하는 부당 행위라고 본다"며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재확인 해 구체화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2009년에도 퀄컴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2천732억원(역대 8위)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다만 이 사건은 2016년에 공정위가 지적한 것과는 별개로 리베이트와 관련된 혐의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일에 대해 퀄컴은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퀄컴 측은 공식 입장 자료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존중한다"며 "앞으로 한국 파트너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함께 발전해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공정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비록 라이선스 계약 내용 자체에 대한 위법성은 인정받지 못했으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프랜드' 의무를 인지하면서도 표준필수특허 시장 및 모뎀칩셋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반경쟁적 사업 구조를 구축해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 구조를 독점화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다.
공정위는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대법원이 공정위와 퀄컴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해 최종적으로 공정위 과징금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받게 됐다"며 "향후 판결 취지를 반영해 시정명령 이행을 철저히 점검하고 표준필수특허 남용 등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2009년에 이어 2016년에도 공정위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건으로 시정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전반적으로 이 같은 행위가 이후에도 개선이 됐는지는 사실 의문"이라며 "공정위가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업체들이 해외 업체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받는 지에 대해 꾸준히 감시하며 '시장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더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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