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체 점포 없이 영업점 폐쇄 못 한다
은행 점포 작년에만 294개 줄어들어
이용자 의견 수렴 절차 강화
은행은 앞으로 점포를 폐쇄하기 전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점포 폐쇄가 결정되더라도 금융소비자가 대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동점포·소규모점포·이동점포·창구제휴 등 대체점포를 마련해야 한다. 점포 폐쇄 과정의 최우선 순위로 고려되는 기준이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되는 것이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열린 ‘제5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논의해 확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은행은 비용효율화 측면에서 점포수를 줄이고 있으나, 점포폐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으로, 점포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령층에게는 점포폐쇄가 곧 금융소외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소비자가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점포폐쇄 과정상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 ‘내실화 방안’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이 비용 효율화 등을 이유로 점포 수를 줄이며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금융거래가 확대되며 급격히 점포를 줄어들고 있다. 은행 점포 수는 2019년 57개가 감소했으나, 2020년 304개, 2021년 311개, 지난해 294개 줄어들었다.
◇점포 폐쇄에 이용자 의견 수렴…대체점포 마련 의무화
은행은 이번 내실화 방안에 따라 점포 폐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사전영향평가절차를 강화한다. 기존에도 점포 폐쇄에 앞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했으나,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어 점포 폐쇄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 평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점포 폐쇄를 결정하기 전에 점포 이용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대체수단 조정, 영향평가 재실시 또는 점포폐쇄 여부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 해외에서는 지역주민이 요청하는 경우 은행 점포폐쇄에 대한 의견수렴을 진행하거나 지역사회와 협의하는 절차 등을 거치고 있다.
또한 은행은 사전영향평가에 참여하는 평가자 중 외부전문가를 기존 1인에서 2인으로 확대해야 한다. 외부전문가 2인 중 1인은 점포폐쇄 지역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게끔 지역인사로 선임해야 한다. 아울러 사전영향평가항목에서 은행의 수익성 또는 성장가능성과 관련된 항목은 제외하고 금융소비자의 불편 최소화와 관련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은행은 사전영향평가 및 의견수렴청취 결과,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원칙적으로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 만약 점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더라도 적절한 대체 점포를 마련해야 한다. 이때 은행은 내점고객 수, 고령층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이동점포 등을 대체수단으로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금융소비자가 겪게 되는 불편·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도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STM을 두는 경우 안내직원을 두거나 STM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동안 은행이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활용한 무인자동화기기(ATM)는 앞으로 대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
◇은행, 점포 폐쇄 사후 관리도 지원해야
은행은 점포 폐쇄 과정에 대한 정보를 금융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기존에는 점포폐쇄가 결정되면 폐쇄일로부터 3개월 전부터 점포 이용고객에게 문자, 전화,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폐쇄일자, 사유 및 대체수단 등 기본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전영향평가 주요내용, 대체점포 외 추가적으로 이용가능한 대체수단, 점포폐쇄 이후에도 문의할 수 있는 담당자 연락처 등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또한, 연 1회 실시하고 있는 점포폐쇄 관련 경영공시도 연 4회로 확대된다. 은행은 신설 또는 폐쇄되는 점포수 뿐만 아니라 폐쇄일자, 폐쇄사유 및 대체수단을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점포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불편 및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 방안도 마련된다.
은행은 소비자보호 전담부서를 통해 점포 폐쇄 이후 금융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을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소비자의 불편 또는 피해가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 대체점포를 재지정하거나 대체수단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은행 자체적으로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향후 발생할 불편 및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제공해야 한다. 일례로 폐쇄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또는 대출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번 개선방안은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 개정을 통해 5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5월 1일 이전에 점포폐쇄가 결정되거나 점포가 폐쇄되는 경우에도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내실화 방안을 적용해야 한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업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라며 “단기적인 이윤추구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비자 이익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만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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