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공학회2023] 식물보다 생산성 16배 높은 효모...“전 세계 의약품 부족 현상 해결할 것”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대회 및 국제 심포지엄 초청 강연
“식물 기반 의약품 원료 공급망 불안정해”
“효모 플랫폼 기술로 생산성 크게 늘린다”
“전 세계 의약품의 40%는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약으로, 세계보건기구는(WHO)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의약품 중 20%를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했습니다. 특히 자연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약 가운데 60%는 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약 산업에서 식물 수요가 점점 늘고 있는데 지금처럼 직접 재배해 약물을 추출하는 방식으로는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크리스티나 스몰케 미국 스탠퍼드대 생물공학과 교수는 13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최근 과학계에선 그 대안으로 효모(yeast)의 유전자를 조작해 식물이 만드는 물질을 대체 생산하는 합성생물학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스몰케 교수는 합성생물학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신약개발·바이오 공정 개발 기업인 안테이아를 창업한 인물이다. 스몰케 교수는 2015년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을 만들 수 있는 효모 플랫폼을 개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스몰케 교수는 이날 학회에서 효모를 이용한 천연의약품 합성 플랫폼 기술을 소개하며 트로판 알칼로이드를 만드는 효모 시스템의 사례를 들었다. 스몰케 교수는 “약물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식물에서 소재를 추출하는 방식 대신 효모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다는 전략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트로판 알칼로이드는 식물이 만드는 독성 물질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신경신호를 차단해 신경 독성을 일으킨다. 소량을 사용하면 신경 억제 효과가 있어 신경근육계 질병을 앓는 환자를 위한 치료제의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알칼로이드계 물질로는 대표적으로 양귀비에서 추출한 모르핀이 있다.
스몰케 교수에 따르면 트로판 알칼로이드의 화학적 합성 과정은 복잡하고, 호주·스위스 같은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나무에서 추출할 수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일어난 호주 산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트로판 알칼로이드의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전 세계 보건 문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몰케 교수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새로운 원료 생산 전략이 필요하다”며 “효모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료를 만드는 플랫폼 기술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효모는 사람처럼 세포의 핵 안에 유전자를 갖고 있는 진핵생물로, 사람과 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이 비슷하다. 현재 바이오파운더리에 널리 쓰이는 세균보다 효능·안전성이 높은 물질을 만들 수 있어 차세대 생물공학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스몰케 교수는 “식물만 만들 수 있다고 알려진 물질도 다른 생물이 전혀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식물이 물질을 만드는 과정을 밝히고, 여기에 관여하는 효소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효모의 효소를 발굴하면 우리가 원하는 물질을 기존보다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스몰케 교수는 효모에서 트로판 알칼로이드의 합성에 관여하는 ‘HDH’라고 불리는 단백질을 찾았다. 여기에 합성 과정을 5단계로 나눠, 여기에 작용하는 34개의 유전자를 변형한 트로판 알칼로이드 합성용 효모 플랫폼을 제안했다. 효모 플랫폼의 트로판 알칼로이드 생산율은 L당 30~80㎍(마이크로그램)으로, 식물에서 추출하는 방식으로는 같은 조건에서 약 5㎍를 얻는 것보다 6~16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스몰케 교수는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효모 기반 의약품 생산 시스템은 농사에 의존하는 기존 의약품 생산 방식을 벗어나 인류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방식”이라며 “이미 농사를 통한 생산보다 높은 효율로 약물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몰케 교수는 “합성생물학 플랫폼이 보여준 효율성과 혁신은 암·신경근계 질환 등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는 식물의 유전자를 효모에 넣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방식의 합성생물학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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