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산 "연극 무대 체질...공연밥 먹어야 힘 생겨"[문화人터뷰]
기사내용 요약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부활…'오셀로' 출연
"의심하며 내면 갈등…경주마 같은 면 비슷해"
무대서 시작해 27년차…"좋은 작품은 늘 갈증"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1년에 꼭 한 번은 무대에 서요. 공연은 배우를 겸손하게 해주고 원위치로 돌려주는 좋은 예술이죠."
배우 박호산이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셀로'로 관객들과 만난다. 예술의전당 토월정통연극 시리즈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으로, 오는 5월12일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공연은 주로 연초에 해왔는데, 올해는 일정이 잘 맞지 않아 넘어갔다. 그런데 '오셀로'가 제게 왔고, 냅다 물었다"고 웃었다.
베니스 공화국에 체류하며 전쟁 영웅으로 알려진 무어인 장군 오셀로가 자신에게 불만을 품은 부하 이아고의 말에 속아 아내 데스데모나를 의심하며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다. 광기 어린 추악한 욕망과 질투, 이로 인해 추락하는 고결한 사랑을 그려낸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뛰어난 이 작품에서 박호산은 주인공 오셀로를 연기한다.
그는 "기존에 봤던 '오셀로' 작품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의상이나 콘셉트를 모던하게 했고 볼거리가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호산만의 오셀로 캐릭터도 만들어가는 중이다. "미련하게 보이고 싶진 않다"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오셀로"라고 말했다.
"처음에 대본을 읽었을 땐 오셀로라는 인물이 바보같이 느껴졌어요. 남의 말을 너무 믿기만 하면, 모자란 사람처럼 보일 수 있잖아요. 대본에 적힌 오셀로보다 똑똑하게 만들고 싶었죠. (이아고의 말을) 의심하면서 오셀로라는 캐릭터가 단단해지고, 이아고도 더 속이려고 하니까 기 싸움을 하며 더 탄탄해지겠다고 생각했죠."
그는 오셀로 내면의 갈등에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전쟁터만 누비다가 사랑을 처음 해본 그에겐 질투가 새로운 감정이고 혼란스러웠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 작품을 공부할수록 열등감은 아니라고 봤죠. 사람은 자신의 욕망이나 잘못된 판단으로 무너지잖아요. 이 사람이 무너지는 이유도 자기 탓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 같은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며 "저도 좋아하는 일에 그렇다. 목표가 확실한 사람인 오셀로의 동력은 복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이지만 분량은 이아고보다 많지 않다. 그는 "이아고의 절반밖에 안 되는 분량으로 압도하는 힘이 필요하다"며 "무대에 등장했을 때 관객에게 딱 오셀로라는 느낌표를 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호산은 18년 전인 2005년에도 예술의전당 정통연극 '아가멤논'에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오디션을 거쳐 주역으로 발탁된 그는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대학로에서 주연을 하긴 했지만, 토월극장 무대의 주인공까진 기대를 안 했어요. 그런데 쟁쟁한 배우들 속에 타이틀롤로 낙점됐죠. 당시 제 이름으론 토월극장 객석을 다 채우기 어렵지 않겠냐는 걱정도 많았다고 들었는데, 일주일 정도 단체 연습을 한 뒤에 최종 결정됐죠. 기분이 묘했어요. 당시 연극 형식도 관객들이 무대 위에 올라오는 등 파격적이었어요."
데뷔 27년차인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연극'에 있다고 했다.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나의 아저씨'·'펜트하우스'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1996년부터 20여년간 줄곧 대학로를 주 무대로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대학로에서 오랜 세월 활동하며 많은 역할을 해온 게 밑천이 됐다"고 했다. 현재도 극단 맨씨어터에 소속돼 있으며 전미도·이석준·이창훈 등이 함께 활동했다.
"공연은 제작진과 배우가 한 팀으로 생각을 공유하며 계속 다듬어나가잖아요. 다른 매체를 해도 공연밥을 먹어야 작품 전체를 보는 힘이 길러지죠. 연극을 1년에 하나씩 꼭 하는 이유에요. 관객과 직접 만나 즉각적인 반응을 느끼고, 공연 기간에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죠. 사실 공간의 쫀득한 맛이 있는 소극장을 좋아하는데, 대극장은 큰 무대만큼 객석의 힘이 커서 그 에너지에 설레요."
장르나 배역을 가리지 않고 다작을 해온 그의 원동력은 명료하다. 바로 '재미'다. 꼭 하고 싶은 작품은 연출을 쫓아다니며 얻어내기도 했다. 뮤지컬 '빨래', 연극 '변태' 등이 그런 작품이다.
"다른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내가 했으면 더 잘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전히 해요. 이런 생각은 그 배우가 너무나 잘해서 감명받았을 때 저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인 거죠. 배우들끼리 최고의 칭찬은 '나도 하고 싶다'는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선수'들이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연출·작가·제작자·배우 등 공연계 동료들을 만족시킨다면 일반 관객도 실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에 대한 갈증은 늘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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