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도 '자이'…목조 모듈러로 두달 만에 뚝딱
"건축비 1평당 600만~700만원으로 맞출 것"
1층엔 거실과 주방, 계단 옆에는 중정을 두고, 2층엔 널찍한 방 2개. 1분 만에 단독주택 설계 끝.
GS건설의 자회사 자이가이스트(XiGEIST)가 선보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사업 방식이다. 목조 모듈러 방식을 통해 저렴하고 빠른 단독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년간 관련 기술을 연구했고, 이제 예비 건축주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GS건설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자이가이스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자이가이스트는 지난 2020년 GS건설이 100% 출자해 설립한 목조 모듈러주택 전문회사다. 이날을 기점으로 자이가이스트는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B2C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게임 하듯 착착 '컨피규레이터'
모듈러 공법은 규격화된 구조체를 공장에서 생산하고, 현장으로 운반한 뒤 이를 조립하는 건축 방식이다. 빠르면 2개월 내 건축을 마무리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현장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일반 주택과 다르게 균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자이가이스트라는 이름은 시대정신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Zeitgeist'에서 따왔다. 단독주택 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자이가이스트는 현재 50여 개의 표준 모듈을 마련했다. 건축주는 토지 형상과 내부 평면 구성에 따라 이 모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주택을 설계한다. 모듈 설계가 완료되면 건축 계약을 맺고 주택 건립을 진행한다.
특히 고객이 직접 모듈을 조합해 볼 수 있는 '컨피규레이터(Configurator)'를 개발했다. 게임 하듯 간단하게 모듈을 조합하고 지붕 형태를 선택하면 예상 완공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리 공간감과 평면을 살펴보면 실제 설계 때도 도움이 될 거란 기대다.
이날 옥란 자이가이스트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베타 테스트를 마친 컨피규레이터 시범을 보였다. LDK(거실·식사공간·부엌), 방, 계단 등의 모듈을 이용해 50평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을 설계하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컨피규레이터는 조만간 자이가이스트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자이가이스트는 최근 충남 당진 모듈러 생산 공장 안에 35평형과 54평형의 샘플 하우스를 마련했다.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쇼룸과 샘플 하우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남경호 자이가이스트 대표는 "당진 공장은 연 최대 300가구까지 생산할 수 있는데, 수요가 확대되면 아산에 추가 공장을 지어 연 1200가구까지 생산할 계획"이라며 "4~5년 후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건축비용 줄이고 고품질 주택 공급"
GS건설이 목조 모듈러 단독주택 사업에 뛰어든 건 이 분야가 새로운 시대의 정신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공동주택 중심의 주거 문화가 바뀌면서 단독주택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고 봤다.
다른 재료가 아닌 나무를 선택한 것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목재는 철재, 콘크리트 등 다른 건축재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적다. 재활용률도 약 90%로 다른 재료의 2배에 가깝다.
'모듈 재사용'도 계획 중이다. 9평의 소형 모듈인 'ADU(Attachable Dwelling Unit)'은 추가 모듈 결합을 통해 증축할 수 있다. 처음 건립 후 더 큰 집을 원할 경우 기존 모듈을 폐기하지 않고 일부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집을 지으면 10년 더 늙는다'는 편견을 깨겠다는 목표다. 입주만 하면 되는 공동주택과 달리 단독주택은 건축주가 모든 책임을 지고 전 과정을 감독해야 한다. 자이가이스트는 설계부터 모듈 제작, 운반, 조립까지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탄탄한 과정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노하우를 발휘해 건축 비용은 기존의 90%로 낮출 계획이다. 사용하는 자재의 종류 등에 따라 가격은 달라질 수 있지만 1평당 600만~700만원으로 건축비용을 맞추는 게 목표다.
남경호 대표는 "아무래도 일반 사업자보다 자재 소싱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건축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인생에 가장 큰 구매행위일 단독주택 건립을 후회하지 않도록 저렴한 고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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