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인사이드] 주식 막으니 ETF로? 국민연금 직원 '꼼수 개인투자' 논란

박규준 기자 2023. 4. 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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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이 개인투자를 하다 대대적으로 적발됐다는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는데요. 

직원 4명 중 1명꼴로 근무 중 개인투자를 한 거라 내부통제의 허술함이 드러났습니다. 

공단 측은 이들이 투자한 상품이 상장지수펀드 ETF라 괜찮지만 근무시간에 했으니 규정 위반은 맞다는 애매한 해명을 했는데요. 

해명 이후 논란이 더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ETF가 상품에 따라서는 주식 투자와 크게 다를 게 없기 때문인데요. 

단독 취재한 박규준 기자 나왔습니다. 

박 기자 우선, 기금운용본부 직원들 현재 금융상품 투자 허용되는 것은 뭐고, 안 되는 것은 뭔가요? 

[기자] 

기금운용 내부통제규정과 컴플라이언스 매뉴얼 등을 보면요. 거래가 안 되는 상품은 국내외 상장, 비상장 '주식'과 '파생상품', '주식 관련 채권' 등입니다.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은 ETF 같은 적립식 펀드나 CMA, 지수형 ELS 등입니다. 

그러니까 규정상 주식은 아예 거래할 수 없지만, ETF는 직원들이 근무시간만 아니라면 거래하는 게 가능합니다. 

국민연금 직원들은 국내, 해외 ETF투자 모두 가능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이번에 적발된 건 근무시간에 ETF를 거래해서 문제가 된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근무시간 중 금융상품 거래는 연금공단의 제규정 등 '법규' 위반입니다. 

기금운용 내부통제규정을 보면, '법규' 준수 등을 위한 활동을 내부통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근무시간 중 ETF거래는 법규 위반이고, 내부통제에 반하는 행위입니다. 

이렇게 기금운용 관련 법규를 위반한 자가 적발 시점 기준, 기금운용본부 직원 360명 중 93명, 4명 중 1명꼴이었으니, 내부통제가 엉망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중에는 1년 7개월 동안 ETF를 1천 번 넘게 거래한 직원도 있었습니다. 

[앵커] 

공단 측 입장은? 

[기자] 

ETF는 주식이 아니지 않느냐라는 입장입니다. 

국민연금 측은 "ETF는 주식과 달리 기금과의 이해충돌 우려가 없는 시장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상품"이라며 "다른 금융 공기관 등도 임직원 ETF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운 듯해요? 

[기자] 

네, ETF라는 금융상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하는데요. 

ETF는 투자 자산에 따라서 코스피 200 같은 '특정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도 있고, 반도체나 바이오 같은 동일 업종의 회사 주식들을 묶거나 , 2차 전지 등 특정 테마에 부합하는 회사들 주식을 묶은 상품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지수추종 ETF는 문제 소지가 적지만, 특정 업종, 테마로 구성된 ETF 투자는 이해상충 등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 

[기자] 

국민연금이 어디에 투자할 거다 이런 걸 일반 투자자보다 매우 잘 알고 있는 운용역들이 그 종목이 편입된 ETF에 개인투자할 가능성 등을 지적하는 겁니다. 

[박상인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ETF라도 종목별로 있고, ETF 구성을 그런 분들이 더구나 잘 알 텐데, (국민연금이) 특정 종목을 사고팔면 종목 관련된 ETF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죠. 주식 직접 거래는 안 되지만, ETF는 가능하다고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죠.] 

[위정현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자기가(운용역이) 국민연금이 (어디) 투자할 것을 다 계획을 알고 있는데, 그 상태에서 ETF를 샀다 개별주식을 사면 분명히 문제가 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레이존(회색지대)을 노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들어요. 잘못된 거죠.]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담당 한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살 거다라고 하면, 삼성전자 비중이 많이 집중적으로 들어있는 ETF에 투자할 소지는 있다"고 했습니다. 

[앵커] 

회색지대를 악용한 꼼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엔 주식 투자와 더욱 흡사한 새로운 ETF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이렉트인덱싱'이라고, 운용사가 아니라, 투자자 개인이, 직접 주식 종목을 고르고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ETF도 있고요. 

ETF에 주식은 특정회사 '1개 종목'만 있고, 나머지 9개는 채권으로 채우는 단일종목 ETF도 등장한 상황입니다. 

물론 자본시장법상 ETF상품은 10개 종목 이상은 넣어야 하고, 1개 종목이 전체 지수의 30%를 초과해선 안 되는 규정이 있습니다. 

ETF 상품이 국내 처음 도입된 2000년대 초반처럼 지수 추종형 상품만 있다면 거래 허용이 납득되지만, 지금은 주식투자 효과를 거두는 상품들이 등장한 만큼, 달라진 금융시장 상황에 맞게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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