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펜타곤 기밀 유출자, 게임방 리더였다...“OG라 부르는 20대 보안요원”
未공개된 극비자료 300여 건 추가 확인
北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 잠재적 궤적 분석도
회원들, OG의 실명 공개 원치 않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한 극비 문서들과 우방국에 대한 미국의 감청 내용을 공개한 사람은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 소셜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에서 전술 비디오 게임 관련 소모임을 운영하는 20대 초중반의 총기 애호가로, 군사 기밀을 다루는 보안시설에서 일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써그 쉐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이란 이름의 이 모임 구성원은 대부분 10대 청소년 남자애들인 25명으로, 모임의 리더인 ‘OG’라 불리는 20대 남성이 작년부터 기밀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서 게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 방 회원인 청소년 2명과 인터뷰했으며, 이들의 증언 내용을 육성 변조 없이 그대로 공개했다. 신문은 아이들의 어머니들로부터 인터뷰와 녹음 동의를 받았고, 아이들은 육성 변조를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청소년 회원들이 ‘OG’라고 부르던 리더는 2020년에 비디오 게이머들이 즐겨 찾는 소셜플랫폼인 디스코드에 총과 군사 장비, 전술, 신(神)에 대해 관심이 많은 방을 만들었다. 이 방은 초청에 의해서만 회원 가입이 가능하다. 이후 OG는 작년부터 이상한 약어(略語)와 전문 용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서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회원들이 관심이 없었으나, OG는 자신이 미국 정부가 일반인에게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후 수백 건의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올렸다.
OG는 자신이 “하루 일과 중 일부를, 정부 컴퓨터 네트워크에 보관된 비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시설에서 보낸다”며, 휴대폰과 전자장비 반입은 불가능한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엔 직접 메시지를 작성하면서, ‘NOFORN’(외국과의 공유 금지)와 같은 약어에 일일이 주석을 달았다. 이렇게 매일 한 시간가량 작업해서 비밀 문서의 내용들이 담긴 메시지를 작성했다.
◇처음엔 기밀 담은 메시지 직접 작성→이후 사진 이미지 올려
OG는 그러나 이 수(手)작업이 귀찮아졌는지 작년 말부터 수백 건의 기밀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10대 회원들에게 매우 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으로 보였고, OG는 회원들이 자신이 올린 비밀 문서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화를 내는 “엄격한 리더”였다고 한다.
WP와 인터뷰한 한 청소년 회원은 OG가 공개한 자료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위치와 동선, 군 병력과 관련한 전술적 업데이트, 지정학적 분석, 외국 정부의 미국 선거 방해 노력에 대한 분석 등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모두 그 문서들에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에 대한 자세한 도표와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전력시설을 파괴한 결과를 보여주는 첩보 위성 사진,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타격에 대한 잠재적인 궤적 도표 등도 있었다고 한다.
WP는 회원들과 인터뷰를 통해, “대부분이 공개되지 않은 기밀 문서 사진 약 300장을 추가로 검토했으며, OG가 회원들과 나눈 대화의 육성 녹음, 이들이 디스코드의 모임 방에서 서로 채팅한 기록과 사진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인터뷰한 회원들이 OG의 실명(實名)과 사는 주(州)를 알고 있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의 신원과 소재를 찾아내기 전에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청소년 회원들은 주요 사건이 헤드라인 뉴스가 되기 전에 이를 예지하는 듯한 그의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매료됐다. 한 청소년은 “OG가 강하고 무장했으며, 훈련을 받은 사람이고, 멋진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신문은 OG가 대형 라이플을 들고 인종차별적, 반(反)유대주의적 욕설을 내뱉으며 사격하는 동영상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한 18세 미만의 한 회원은 “OG는 똑똑한 사람이고, 우발적인 유출이 아니며 그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뭔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OG에게서 아버지나 삼촌처럼 가족같은 친밀감을 느꼈고,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서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선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OG는 극비 문서들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1주일에 여러 건을 공유했고, 이들 문서 이미지는 그가 직접 작성한 문서들보다 훨씬 회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사진들의 일부 배경에선 OG가 멤버들에게 말했던 ‘방’에 있는 것이라고 인식될 일부 집기와 물품들도 함께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문서 중 최소 한 개는 미 정보기관들이 보고서를 작성, 공유하는데 사용하는 ‘인텔리피디아(Intellipedia)’를 통해 인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모임 회원 중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외국인도 절반”
OG가 운영자로 있는 모임인 ‘써그 쉐이커 센트럴’의 회원 중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외국인들이 포함돼 있었다. 25명의 회원 중 절반이 해외 거주자였으며, “기밀 자료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동구권과 구(舊)소련권 국가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이들 외국 정보요원이 OG의 초대를 받아 회원 자격을 획득하면, 다른 회원들처럼 문서를 보고 사본을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미국 방첩(防諜) 요원들도 수년 전부터 러시아 정보요원들이 이런 게임 플랫폼에서 미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요원이라고 판단되는 게이머들에게 일부러 접근해 기밀 누출을 부추기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극비 문서들, 3월 4일부터 다른 소셜플랫폼으로 옮겨가
결국 OG가 디스코드의 ‘써그 쉐이커 센트럴’에서만 공유한 문서들은 지난 3월 4일부터 디스코드의 다른 게시판에도 공유되기 시작했고, 이어 트위터, 텔레그램으로 번졌다. 뉴욕타임스는 4월6일 이 비밀문서들의 누출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한 청소년 회원들은 OG는 3월 중순부터 극비 문서들 게재를 중단했으며, 뉴욕타임스가 보도하기 직전쯤에는 “이례적으로 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와 국방부의 자체 조사가 시작한 동안에도, OG는 기존 모임방을 닫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 회원들과 소통했다. OG는 회원들에게 조용히 하고, 자신과 관련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숨기고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이후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려는 것을 알고, 회원들은 마치 가족을 잃은 듯이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의 인터뷰에 응한 청소년 회원들은 결국 미국 정부가 OG를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OG의 실명(實名)과 사는 주(州)를 신문에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아직 FBI는 이들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소년 회원은 OG를 ‘공익’을 위해 비밀을 폭로한 ‘내부 고발자’로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미국 대중은 정보기관이 세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며, 특히 미국 정보기관이 우방국을 감시했다는 것에 분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OG 연령층의 하위직 수천 명이 이런 비밀문서 볼 수 있어
한편, 미국 언론에 보도된 펜타곤 극비 문서를 본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OG와 비슷한 나이의, 신참에서 하급직에 달하는 군인과 공무원 수천 명이 OG가 공유했다고 하는 것과 같은 기밀 문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신문은 “그를 추종하는 10대 회원들이 생각한 것과는 달리 OG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더 특별한 지식은 없었다”며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한 일부 청소년들에겐 OG가 첩보 영화 주인공인 제이슨 본(Jason Bourne)과 현대판 게이머를 합친 인물로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ditorial: S. Korea should find safer ways to protect shareholders than amending the commercial law
- DP Leader Lee Jae-myung awaits verdict with assembly seat on the line
- 서울 중구 대형마트 주말에도 문 연다…서초·동대문 이어 서울 세번째
- 대구 성서산단 자동차 부품 공장서 큰 불…5시간 만에 진화
- 멜라니아, 백악관 상주 안 할 듯…“장소·방법 논의 중”
- 금산서 출근길 통근버스 충돌사고…22명 경상
- 트럼프, 법무장관은 최측근...법무차관엔 개인 변호사 발탁
- 대기업 3분기 영업이익 34% 증가…반도체 살아나고 석유화학 침체 여전
- 손흥민 A매치 50골...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나라는?
- 홍명보호, 요르단·이라크 무승부로 승점 5 앞서며 독주 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