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상에서 피눈물 주르륵”… 신자 몰렸는데 알고보니 돼지 피?

박선민 기자 2023. 4. 1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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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눈물 흘리는 성모상'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 마리아 주세페 스카폴라(53). /팬페이지

이탈리아에서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으로 순례자와 기부금을 끌어모은 한 여성이 사기 혐의로 수사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어빌리티채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트레비냐노 로마노 마을에 설치된 성모상 하나가 2016년부터 가톨릭 신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성모상이 인기를 끈 이유는,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는 목격담이 나왔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이 성모상을 숭배하며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매달 3일 순례를 위해 마을을 찾았다. 지난달 3일에도 약 300명의 순례자가 모여든 것으로 전해졌다.

성모상 소유주는 마리아 주세페 스카폴라(53)라는 여성이다. 스카폴라는 보스니아의 유명 순례지 메주고레에서 성모상을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모상이 피눈물을 흘리며 내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했다. 스카폴라는 성모상을 보기 위해 방문한 신자들에게 ‘성모의 메시지’라며 말을 전했다. 기부단체 ‘마돈나 디 트레비냐노 로마노’를 설립해 신자들에게 기부금을 모으기도 했다.

신자 대부분 심각한 질병을 고치고 싶다는 등 절박한 심정으로 성모상을 찾았기 때문에, 스카폴라의 말은 곧 신앙이 됐다. 거액의 헌금을 건네는 신자도 많았다. 한 남성은 2020년 아내의 병을 낫게 해달라며 12만3000유로(약 1억7000만원)를 봉헌했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목격담이 전해지면서 유명해진 성모상. /라 레푸블리카

그런데 이 성모상에서 흐르던 피눈물이 사실은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지난 5일 사설탐정 안드레아 카치오티에 의해 제기됐다. 성모상에서 흐르는 피눈물은 스카폴라가 의도적으로 뿌린 돼지 피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스카폴라가 2013년 사기죄로 2년의 징역형을 받았던 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힘이 실렸다. 카치오티는 “너무 많은 사람이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스카폴라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스카폴라는 돼지피 의혹이 제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6일부터 “신자들과의 만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일부 측근은 “스카폴라 부부가 기부단체에서 막대한 돈을 인출해 해외로 도망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지역을 관할하는 가톨릭 주교 마르코 살비도 성모상 피눈물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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