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이 밀어붙인 대형 M&A, '승자의 저주' 불씨 지폈나
새 먹거리 찾아 스마트홈 선택
글로벌 시장 공략 가능할까
부동산 매물 광고를 발판으로 성장한 직방은 2022년 신사업에 손을 뻗었다. 스마트홈 사업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하겠다는 포부였다. 직방은 삼성SDS의 홈IoT사업부를 인수하며 계획을 구체화했고 로고까지 바꾸며 앞날을 새로 그렸다. 하지만 인수가 이뤄진 2022년 직방은 최대 영업 적자란 초라한 실적을 남겼다. 한편에선 '승자의 저주'를 떠들기 시작했다.
부동산 매물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한 직방은 2022년 역대 최대 매출과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덩치는 커졌지만 그게 전부였다는 얘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22년 직방의 매출은 882억원, 영업적자는 370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2021년 129억원에서 2022년 515억원으로 늘었다.
연 단위로 보면 적자 흐름이 더 명확해진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직방은 10억원대 영업 이익을 꼬박꼬박 챙겨왔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9~20 22년 사이에 영업이익 흑자를 낸 건 2020년 38억원이 전부였다. 2019년 42억원, 2021년 82억원, 2022년 370억원으로 직방의 적자폭은 갈수록 커졌다.
적자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직방이 짊어졌던 가장 큰 부담은 삼성SDS 홈IoT 사업부 인수(2022년)였다. 삼성SDS의 홈IoT 사업은 스마트도어록이 핵심이었다. 이미 해외에도 진출해있어 직방으로선 스마트홈 신사업을 꾸려나가기에 알맞은 선택지였다.
2022년 7월 직방은 966억원(조건부대가 포함)에 이 사업부를 인수했고 800억원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2021년 직방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070억원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직방이 삼성SDS 홈IoT 사업 인수를 위해 투입한 비용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직방은 스마트홈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올해 초까지 공격적으로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사업을 위한 인력ㆍ기술 투자가 진행되는 동안 빌린 돈도 늘었다. 2021년 직방은 연이율 3~5% 수준으로 총 700억원을 빌렸다. 이듬해 직방은 550억원을 추가 대출했는데, 연이율은 8% 이상으로 올랐다. 그 결과, 2021년 2억5000만여원이던 이자 비용은 2022년 36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이 때문인지 업계 안팎에선 직방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연이어 적자를 기록한 데다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직방이 이 저주를 피해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럼 직방이 '승자의 저주'를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저주'를 피하기 위해 직방은 삼성SDS로부터 가져온 홈IoT 사업부를 통해 현금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업계의 우려에도 직방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삼성SDS가 중국 사업을 위해 만들어뒀던 중국 법인을 전초 기지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직방의 생각이다.
직방 관계자는 "우리는 지난해 삼성SDS 홈IoT 사업부가 진출해있던 중국ㆍ홍콩ㆍ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면서 "한류 붐이 불면서 드라마 등으로 스마트도어록을 접한 중국 소비자들이 늘어나 시장 내 비중도 3~4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방이 중국 스마트홈 시장에서 얼마나 알찬 성과를 맺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2021년 기준 중국 스마트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건 모두 중국 기업이었다. 1위는 샤오미였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룬토에 따르면, 샤오미의 중국 스마트홈 시장 점유율은 19.2%를 기록했다. 그해 중국 스마트도어록 온라인 시장에서도 샤오미는 23.6%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 로컬기업 카이디스와 더스만이 각각 2위, 3위를 꿰찼다. 3개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절반이 넘는다. 선두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는 거다.
그래서인지 직방은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등 스마트도어록이 보급되지 않은 국가를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올해 초엔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주택회사(NHC)와 스마트홈 구축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협약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느냐다. 직방은 신사업을 통해 '승자의 저주'를 탈출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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