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최고가 찍은 집, 언제 취소됐지”...믿지못할 신고가 [매부리레터]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3. 4. 13.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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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가 거래 후 6개월뒤 계약해제 늘어
호가 띄운 뒤 또다른 신고가 유도 의심
“신고가가 찐시세인지 면밀히 살펴야”
사진은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례1. A중개사는 평균 시세 2억4000만원의 주택을 가족(처제)에게 3억1500만원에 매도한 것처럼 신고했다. 집값을 띄울 목적이었다. 얼마 뒤 A중개사는 손님에게 “이렇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하며 다시 제 3자에게 3억5000만원으로 중개했다. 이후 시간이 흐른뒤 기존에 신고했던 ‘신고가 거래’를 해제했다.

사례2. 중개보조원 B씨는 본인 명의로 아파트 신고가로 매수 신고를 했다. 이어 제3자에게 “이렇게 실거래가 이뤄줬다”면서 높은 가격으로 중개를 한 후 종전거래를 ‘취소’ 신고했다.

2020~2021년 무섭게 아파트 시세가 치솟았습니다. 앞다투어 신고가가 나왔는데 일부 단지에서는 “이렇게 비싼데도 또 올라?” 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신고가 찍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신고가 중 일부는 뒤늦게 거래 해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신고가가 ‘의심거래’라고 볼수는 없지만 호가를 띄우기 위한 ‘가짜 신고가’도 많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신고가 거래 해제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고 실제로 “가짜 신고가 거래임이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신고가 조작 의심 사례. 자료제공=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가 12일 밝힌 ‘허위 해제 신고를 통한 시세조작 집중조사’ 중간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36건), 시흥시(29건), 화성시(27건) 등에서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는 서초구(25건)와 강남구(24건)의 의심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2021년 1월부터 올해 초까지 신고된 부동산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신고가를 거래한 후 바로 취소하면 호가에 반영이 안됩니다. 그래서 ‘의심거래’는 신고가를 거래한 후 바로 취소하기보다 6개월 후 취소하는 방식으로 교모하게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고가를 빨리 거래 등록한 후 사람들에게 ‘이처럼 시세가 올랐다’고 알린 뒤 이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를 유도하고, 6개월후에 슬그머니 취소하는 방식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계약 후 3개월 이내 신고가 해제비율은 감소한 반면, 계약 후 6개월 이후 신고가 해제비율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계약 후 3개월 이내 해제는 2021년 1분기 88%에서 23년 1분기 41%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6개월 이후 해제는 21년 1분기 1.7%에서 23년 1분기 44.3%로 늘었습니다.

실거래 신고 해제도 등록되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해제’ 기록까지 챙기지 않습니다. 그저 호가가 이렇게 형성됐다고 인식하고 넘어갑니다. 이때문에 6개월 이후 신고가 해제는 호가를 띄우고 시세를 교란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는 거래 한달 이내 이뤄집니다. 주택 거래 계약이 취소된 경우도 실거래 시스템에 신고해야합니다. 허위로 높은 가격의 실거래가 정보를 등록한 뒤 계약을 취소하는 방식(자전거래)으로 시장가격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정부가 실거래 해제 신고도 등록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거래가 이뤄지고, 거래 해제가 이뤄지는 것은 민간의 영역이어서 ‘언제까지’ 해제 신고를 허용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전 신고가 거래가 6개월뒤 뒤 ‘해제’되도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실수요자들은 기존 실거래가보다 크게 높아진 가격의 거래가 게재되면 기존 매물들의 호가도 덩달아 뛰기때문에, 기존 실거래가 진짜 ‘신고가’인지 시장을 면밀히 분석해야합니다. 직전 신고가를 믿고 계약을 했다가 후에 직전 신고가 거래가 해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을 띄우기 위한 목적으로 거래를 허위로 신고하거나 가격을 담합한 사례를 조사해 관련자들에 대한 처분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3월부터 오는 6월까지 이러한 실거래가 띄우기가 의심되는 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12일 발표된 내용은 이러한 조사의 중간 점검 결과였습니다.

정부는 실거래 허위신고 처벌조항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기존 3000만원 이하 과태료만 받았지만 앞으로는 3년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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