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대신 ‘효모’에서 진통제 만들어… “원하는 곳에서 빠르게 의약품 생산 가능”
스몰케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
비료 대체 미생물 연구한 보이트 MIT 교수
크리스티나 스몰케(Christina Smolke) 스탠퍼드대 교수는 13일 제주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 “합성생물학을 통해 원하는 곳에서 의약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성생물학은 세포를 가치 있는 특정 화합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 학문이다. 스몰케 교수는 기존 양귀비에서 추출했던 진통제 성분을 효모에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합성생물학 분야 권위자다. 그는 바이오 기업 ‘안테이아(Antheia)’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도 맡고 있다.
◇원하는 곳에서 빠르게 의약품 생산
스몰케 교수는 이날 합성생물학의 필요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동안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의약품 부족이 심각해졌다”며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분자를 효율적으로 빠른 시간에 생산하고 합성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현재 치료제의 75%가 저분자를 차지하며, 그 가운데 40%는 식물에서 유래한다. 특히 스몰케 교수가 연구하는 진통제는 양귀비에서 생산되는데, 양귀비의 절반은 호주에서 재배된다. 특정 지역에서만 자라는 식물들도 있어 공급망 붕괴 문제가 생기면 의약품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불법 마약으로 쓰일 수 있는 의약품들에 대해 규제가 엄격한 국가들도 많다.
스몰케 교수는 효모에서 그 답을 찾았다. 효모를 개량해 의약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양귀비 같은 약용식물의 유전자를 효모에 넣고, 효모 안에서의 복잡한 반응 경로를 조절해 의약품 성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한 유전자 편집 등을 통해 효율을 높였다. 효모가 일종의 ‘공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는 10여년간 연구 끝에 효모에서 오피오드를 최초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고, 이 기술은 오피오드 생산 비용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몰케 교수는 “플랫폼을 갖추면 다양한 종류의 다른 천연 의약품을 생산할 때는 이전과 같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며 “사람의 건강이나, 농업 등에 합성생물학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줄이고 식물 성장은 빠르게
크리스토퍼 보이트(Christopher Voigt)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이날 비료 대신 미생물을 이용한 농업 기술에 대해 강연했다. 온실가스 배출의 원인으로 농업은 24%를 차지하는데,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비료에서 온다. 비료의 주성분은 암모니아로, 이를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이다.
보이트 교수는 대기 중의 질소를 암모니아로 만드는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있다. 공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 같은 질소화합물로 만드는 ‘질소 고정’ 기술은 1970년대부터 알려진 개념이지만, 당시에는 유전자(DNA)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뿐 아니라 미생물을 엔지니어링할 기술도 없었다, 최근 기술 발전으로 그는 비료 대신 쓰일 수 있는 미생물을 개발한 것이다. 보이트 교수는 “농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주요 작물의 수확량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잇 교수도 이 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스타트업 ‘피봇 바이오’와 ‘아시모브’를 창업했다.
보이트 교수는 작물을 빠르게 자랄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그는 “질소뿐 아니라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인(P)을 제공할 수 있는 미생물 등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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