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게 뭐죠?” MLB 레이스, 개막 후 12연승...역대 최다 기록에 ‘-1 ’
지는 법을 잊었다. MLB(미 프로야구) 탬파베이 레이스가 개막 후 쾌조의 12연승을 내달리며 역대 개막 최다 연승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레이스는 13일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 홈경기(미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필드)에서 9대7로 이겼다. 양 팀은 총 21안타(레이스 11안타·레드삭스 10안타)를 주고받는 난타전을 펼쳤다.
레이스는 MLB에서 아직 유일하게 진 적이 없는 팀이다. 지난달 31일 개막전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4대0으로 꺾은 걸 시작으로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레이스의 선전이 인상적인 부분은 그들이 리그에서 재정 상황이 열악한 ‘약체(underdog)’로 꼽힌다는 데 있다. 이들은 MLB에서 대표적인 비(非)인기 저(低)예산 구단으로 통한다. 지난해에 관중 동원력이 30구단 중 28위(경기당 평균 1만3927명)에 그쳤다. 올해엔 팀 전체 선수단(부상 선수 포함) 연봉 합계가 7453만달러로 MLB 30팀 중 28위. 뉴욕 메츠 선발투수 2명(맥스 셔저와 저스틴 벌랜더 각 4333만달러) 연봉을 합친 것보다 적다. 팀 내 최고 연봉을 받는 잭 에플린(29)이 1100만달러인데 전체 선수 중 연봉 순위 공동 127위다.
그래서 비싼 선수는 언감생심이다. 매년 사정이 비슷하다. 그러나 그들은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하는 비법을 안다. 수퍼스타 없이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올 시즌 현재 MLB 양대 리그를 통틀어 팀 평균자책점 1위(2.17), 팀 피안타율 공동 1위(0.194),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0.945), 팀 득점 1위(92), 팀 홈런 1위(30)에 올라 있는 등 아직까진 리그 최강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승리로 레이스는 2004년에 작성한 구단 최다 12연승과 동률을 이뤘다. 1승만 더 챙기면 1982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1987년 밀워키 브루어스가 기록한 개막 13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레이스의 다음 경기는 14일 열리는 레드삭스전이다. 15일부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3연전에 돌입한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성공 전략은 당시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현 LA 다저스 사장)이 채택한 레이스식(式) ‘머니볼(Moneyball)’ 전략으로 압축된다. 그 유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머니볼’은 이에 앞서 저예산으로 고성과 팀을 만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 운영 기법을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동명 책으로 엮으면서 유명해진 단어다. 프리드먼은 레이스 성공 비결을 다룬 책 ‘숨겨진 2%(The Extra 2%)’에서 이렇게 말했다.
“메이저리그 최소 연봉 일부 정도만 지출하고서도 최신 통계분석, 물리학자의 게임 분석, 혹은 혁신적인 심리기법을 활용하면서도 투자효과를 극대화했다. 훨씬 더 부유한 구단들은 호화 구장을 건립하고,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수억 달러 연봉을 지불하거나, 미국 전역에서 팬덤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레이스는 끔찍한 수비력을 향상시키고, 엉터리 베이스러닝을 바로 잡으며,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정신적 상담을 해줌으로써 팀의 목표달성에 기여했다. 바로 약점을 하나씩 제거해버린 것이다.”
”나는 철저하게 시장 중심적인 사람이다. 가치보다 싼 값에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선수들을 좋아한다. 그 게 돈을 남기는 거래이며, 가치 불균형 게임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레이스의 야구단 운영 비법 중 일부는 이렇다.
“팀의 에이스라 할지라도 최고 전성기일 때 팔아 치워 현금화한다(나중에 연봉을 올려줘야 할텐데 그만큼 돈이 없으니 계약기간이 남았을 때 미리 비싸게 주고 다른 팀에 팔아넘기는 것).”
“재능은 뛰어나지만 다른 팀의 관심을 받지 못한 선수를 싸게 데려온다(그걸 찾는 비법이 중요하다. 그건 선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달렸다).”
“오른손 투수에게 왼손 타자를, 왼손 투수에게 오른손 타자를 내보내야 한다는 편견을 거부한다(통계적으로 상황마다 다르다).”
“7대2로 앞서고 있는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고의사구를 지시한다(그 다음 타자가 약하면 그래도 된다).”
“대형 타자를 트레이드해오는 것보다 수비성공률을 높이고 주루사율을 낮추는데 집중한다(대형 타자를 사올 돈이 없으니 그 타자가 할 수 있는 공헌도만큼을 다른 요소로 채운다).”
“관중수입을 늘리기 위해 트로피카필드 홈구장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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